중국에서 시진핑ㆍ리커창 체제가 드디어 출범했다.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상무위원을 9인에서 7인으로 조직을 축소해 가볍게 뛸 준비도 마쳤다. 일단 앞으로 5년 동안은 이 체제로 간다. 이변이 없는 한 5년 후에도 시진핑과 리커창은 상무위원 최상위 자리에 남는다.
새 지도부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부정부패, 빈부격차와 사회불만 등 정치사회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또 미ㆍ중 경쟁 격화, 영토분쟁 등으로 인한 주변국과의 갈등에 더해 투자ㆍ수출에 대한 과다한 의존, 공급과잉, 자원고갈,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지속성장 위기가 큰 과제다. 무엇보다 7%대로 떨어진 경제성장을 어떻게 끌어올리고 유지하는가가 중요하다. 경제성장의 하락세가 지속되면 쌓였던 사회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체제가 위협 받는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신 지도부가 추진할 중장기 경제정책 방향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지역균형발전, 호구제도 개혁과 도시화 추진, 소득분배 개선책 실시 등이다. 둘째, 내수시장 활성화다. 여기에는 지방정부의 10조위안 이상의 대규모 중장기 경기부양 투자계획과 노동자 임금 인상 등이 포함된다. 주요 대도시들은 최근 몇 년간 20% 정도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보였다. 민생을 강조하는 시진핑ㆍ리커창 시대에도 임금 인상은 지속될 것이다. 셋째, 산업구조 고도화다. 공급과잉 해소를 비롯한 구조조정 촉진, 7대 신흥산업 발전, 자본시장 개방 등을 통한 서비스 산업의 비중 확대다. 마지막으로 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국유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고 해외진출을 가속화해 기술, 자원 및 유통 분야까지 인수한다. 또 외국인투자를 선별 유치해 기술과 선진적인 관리 경험을 최대한 도입한다.
어느 하나도 만만치 않은 정책이지만 향후 10년간 시진핑ㆍ리커창 체제는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다. 이미 목표는 정해졌다. 지난 14일 폐막된 18차 당대회에서는 2020년에 이르러 국내총생산(GDP)과 도시와 농촌(城鄕) 주민 1인당 GDP가 2010년의 두 배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인구 증가율을 고려하면 연간 7% 대의 성장을 해도 달성 가능한 목표다. 여기에 위안화 환율 절상 효과까지 겹치면 10년 후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달러에 달한다. 톈진,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는 2만5000달러 이상에 이를 것이다. 세 도시의 인구를 합치면 남한 인구보다 많다.
이처럼 10년 후 중국의 목표가 달성되면 중국인들의 생활수준은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 온다. 20년 전의 한국과 중국의 소득수준을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이다. 1992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7714달러로 중국(417달러)의 18.5배, 2002년은 10.7배에 달했다. 하지만 2011년에는 한국 2만2489달러, 중국은 5417달러로 4.2배에 불과하다(한국은행 자료). 왜 격차가 계속 좁아지는가?
저소득 국가의 성장속도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과연 우리가 그동안 중국의 특수를 제대로 잡았는가에 대해서는 되짚어 봐야 한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 중 잘 나가는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몇 개 회사에 불과하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진출 초기부터 중국 내수시장을 목표로 철저한 현지화를 했다는 것이다. 아직도 안일하게 주재원과 통역에 의존해 중국사업을 하려 한다면 더 큰 손실을 보기 전에 접는 것이 좋다. 철저하게 현지 문화에 융합돼 중국이 추진하는 지역균형정책, 내수시장 활성화, 산업구조 고도화에서 최대한 성장기회를 찾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시장 방어를 포함해 중국기업과의 글로벌 경쟁에도 대비해야 한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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