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끝내 후보직을 내려놓았다.
안 후보는 23일 저녁 8시20분경 서울 공평동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돼 새로운 정치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후보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더 이상 단일화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재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달라"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갈등을 극복하지 못 한 것이 안 후보의 사퇴 배경이 된 셈이다.
그는 지난 9월19일 이후 출마를 선언한 이후 사회각계와 언론, 민주당 등은 모두 문 후보와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문 후보측이 안 후보에게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고, 이달 5일 안 후보가 광주를 찾은 자리에서 문 후보에게 '단일화 회동'을 제안하면서 단일화 논의는 본격화 됐다.
이미 시기가 늦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지만 6일 두 후보가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회동을 가지면서 단일화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다. 이 자리에서 두 후보는 '새정치공동선언문' 논의를 시작으로 단일화를 이뤄가자고 뜻을 모았다. 이후 며칠 뒤 단일화방식, 외교안보, 경제복지 등 세개 분야에사도 별도의 협상팀을 꾸려 단일화를 빠르게 추진한다고 두 후보가 약속하면서 단일화는 본격화 됐다.
그러나 이후부터 단일화 과정은 가시밭길을 걸었다.
단일화 방식 협상을 시작한 다음날인 14일 안 후보측은 "문 후보 측의 겉의 말과 속의 행동이 다르다"며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문 후보가 몇 차례에 걸쳐 오해가 있으면 풀고 협상을 하자고 요구했고, 사과의 뜻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화 중단은 나흘 동안 지속됐고, 지난 18일 민주당의 지도부가 총사퇴를 선언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던 단일화 협상은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같은 날 전격적으로 다시 회동하면서 협상은 재개됐다.
두 후보의 만남 이후 그 동안 준비했던 '새정치공동선언문'이 발표가 이뤄졌고, 단일화 논의도 다시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됐다. 문 후보가 18일 단일화 방안은 안 후보측에 일임한다고 밝혔고, 장애물로 여겨졌던 민주당내 정치쇄신도 이른바 이-박(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사퇴와 함께 제거됐기 때문이다. 양 캠프도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단일화 협상의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론조사+공론조사 방식이 최초로 논의됐지만 공론조사 배심원의 문제로 협상이 이뤄지지 못했고, 이후 물리적인 시간의 문제로 공론조사는 논의에서 배제되고, 여론조사 방식으로만 양측이 줄다리기를 거듭했다.
문 후보측은 적합도 조사를 주장했고, 안 후보측은 가상대결을 주장했다. 그러나 양측 협상팀은 두 방안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후보의 담판으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쪽으로 양 캠프의 뜻이 모아졌다. 또 21일 밤 진행된 TV토론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에게 회동을 전격 제안하면서 22일 오전 두 후보의 만남이 이뤄졌다.
그러나 두 후보간의 세번째 만남에서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양자 회동 이후에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자 문 후보측은 여론조사를 적합도와 가상대결로 진행하고, 이를 합산해서 결과를 내자고 22일 밤 제안했다. 안 후보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지도와 가상대결로 단일화를 진행하자고 역제안했다.
하지만 이 방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3일 오전 문 후보측은 안 후보측의 제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의 의사를 밝혔고, 실무팀이 만나 협상을 하자고 또 다시 안 후보측에 제안했다. 이후 이날 두 후보로 전권을 위임받은 두명의 특사가 협의를 벌였다.
하지만 특사간의 회동도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고, 안 후보의 사퇴로 귀결됐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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