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모델은 무조건 남자, 소주 모델은 무조건 여자인 시대는 지났다. 소주 한 병 원샷을 퍼포먼스로 승화시킨 가수 싸이는 최근 ‘참이슬’ 모델로 기용됐고, 술을 안 마셔도 진상을 부릴 것 같은 정형돈과 데프콘은 지난 19일부터 동남권(부산, 울산, 경남) 지역 소주의 새 광고 모델로 선정됐다. 또한 남자 못지않게 당당하고 시원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2NE1의 CL은 배우 이동욱과 함께 맥주 광고에 출연 중이다. 남녀의 벽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제품 이미지에 맞는 캐스팅이다. ‘처음처럼’이 지난 5년 간 모델로 활동했던 이효리에서 구하라, 효린, 현아로 세대교체를 시도하는 지금, <10 아시아>는 소주 모델의 성별교체를 요구하는 바이다.
처음처럼
모델: 현빈
모델 선정 이유: 제대한 남자의 초심과 제품명을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해병대 출신 강철 체력을 강조함으로써 몇 병을 마셔도 늘 처음처럼 멀쩡한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할 수 있다. 여기에 전작 SBS <시크릿 가든>에서 보여준 사회지도층 이미지를 차용해, 소주는 서민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소주의 고급화까지 꾀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타겟: 술을 마실 수 있는 모든 여성, 현빈을 처음 보고 온 몸이 얼어버린 군대 선임
기대효과: 현빈의 복귀작에서 PPL 가능.
한 줄 카피: 제대한 현빈의 마음처럼, 처음처럼.
즐겨찾기
모델: 김수현
모델 선정 이유: 술을 누구한테 배우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술로 시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즐겨 찾게 될 브랜드가 결정된다. 이제 막 수능을 끝낸 소주 구매 잠정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KBS <드림하이>와 MBC <해를 품은 달> 등으로 10대 팬들이 급증한 김수현은 안성맞춤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디저트 광고를 통해 수줍지만 할 말은 다 하는 상큼한 후배 이미지를 어필하고 있기 때문에 신입사원과의 로맨스를 꿈꾸는 커리어 우먼 역시 공략 대상이다. 단, 신입사원이 김수현이 아니라는 게 함정.
타겟: 과장급 이상 철벽녀 및 20대를 코앞에 둔 소녀 팬
기대효과: 여자가 많은 회사의 단체 회식에서 공식주로 채택될 가능성 농후.
한 줄 카피: 선배, 좀 씁쓸한 것 같아요.
충청소주 O2 린
모델: 노홍철
모델 선정 이유: 지역 소주 광고의 핵심은 애향심을 드높일 수 있는 충성도 높은 모델 기용, 지역 경제를 책임지는 유지들에게 쉽게 각인될 수 있는 CM송이다. 노홍철은 평소 방송에서 ‘충남 서천군 기산면 두북리 63-1’이라는 구체적인 주소까지 거론하며 충청도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강조했고, 24시간 구수한 타령을 구사해 MBC <무한도전> 대신 SBS <스타킹>을 시청하는 중장년층의 마음까지 얻는데 성공했다. 심지어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월급쟁이들을 위한 힐링송인 “짜증을 내어서 무얼 하나”까지 널리 퍼뜨렸으니 이만하면 준비된 모델 아닌가유우우우~
타겟: ‘욕망의 장미’ 합창단 회원들, 정기적으로 마을잔치를 준비하는 충청도 지역 부녀회연합
기대효과: 신개념 ‘원샷타령’ 제작을 통해 화합을 도모하는 지역 이미지 제고 가능.
한 줄 카피: 원샷은 예예예~ 예예예~, 꺾기는 아녀 아녀유~ 아녀 아녀유~
부산소주 C1
모델: 최시원
모델 선정 이유: 이제는 소주도 한류 소주가 대세다. 최시원이 대만 음원차트에서 100주 이상 1위를 차지한 슈퍼주니어의 멤버이자 현재 방송 중인 SBS <드라마의 제왕>의 톱스타라는 점을 강조한다면, 글로벌 시장까지 공략 가능하다. 재계에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이 포진돼 있기 때문에 유통망을 확대하는데 일조할 수 있으며, 사랑하는 프로그램인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를 위해 무료 출연까지 불사하겠다는 연예인이니만큼 노개런티 종신계약까지 노려봄 직하다. 사실 제품명과 모델이름이 같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천군만마를 얻은 것.
타겟: 대륙의 언니들, 최시원 아버지.
기대효과: 갑작스럽게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을 경우, 최시원이 직접 회사 인수 가능.
한 줄 카피: 우리 자기 아직 시원 소주 안 마셔봤다고? 그게 말이 돼? 오, 지쟈스!
제주소주 한라산물 순한소주
모델: 류승룡
모델 선정 이유: 제주도에서 기울이는 소주잔은 도시에서 만끽하지 못했던 일탈을 꿈꾸게 한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국적, 나이 불문 모든 여자들에게 사랑을 속삭이던 카사노바를 연기한 류승룡은 제주도 특유의 낭만과 자유를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처음에는 거북했던 류승룡의 눈빛이 한라산 소주 한 잔에 달콤하게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효리만큼 능숙하게 소주병을 흔드는 그의 ‘현란한 손놀림’을 클로즈업하면 매출 급증을 유도할 수 있다. 감귤 초콜릿 대신 한라산물 순한소주가 제주공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념품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타겟: 밤이 외로운 모든 여성,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싶은 모든 여성.
기대효과: ‘이모 여기 한라산 한 병 추가요’를 부르는 류승룡의 느끼한 미소
한 줄 카피: 매일 그대와 원샷하고파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10 아시아 편집, 디자인. 장경진 thr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