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재현 기자]독감이 유행하는 겨울이다. 독감은 전염성이 강하고 노약
자나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걸리면 위험하다. 그래서 공공기관에서는 그 발생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필요할 경우 주의보를 발령하고 예방접종을 독려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사전 감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이 어떤 전문기관보다 먼저 독감의 유행을 파악해 낸다면 믿겠는가. 실제로 미국에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보다 1주일 먼저 예측해 낸 적이 있다. 구글은 무슨 마법을 부릴까?
구글은 하루 6억 명 이상이 방문해서 10억 건이 넘는 검색을 하는 과정에서 독감과 관련된 단어를 검색하는 빈도를 보고 독감 발생을 예측 해낸다. 이른바 ‘빅 데이터’다. 빅 데이터란 기존의 데이터 관리도구의 능력을 넘어서는 대량의 정형 또는 비정형 데이터를 말한다.
근래에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천문학적인 양의 데이터들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 MIT의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온라인 상거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에서 하루 250경 바이트 분량의 비정형 데이터가 발생한다고 한다. 글자 그대로 천문학적인 수치다. 게다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에서 일상으로 주고 받는 말들 속에는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의미들이 들어 있다.
미국의 통계전문 블로거 네이트 실버(Silver)는 최근 끝난 미국 대선에서 박빙의 승부라는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오바마의 당선 확률이 90.9%라고 예측했고 각 주별 승자를 예측했는데 50개 주에서 정확히 맞았다. 실버의 ‘마법’ 뒤에도 빅 데이터가 있었다.
빅 데이터 속에는 기업이 새로 출시한 상품에 대한 반응에서부터 앞으로 유행할 제품 트렌드까지 들어 있다. 이뿐 아니다. 의료, 복지, 관광, 교육 등 활용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빅 데이터를 적절히 활용하면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이 혜성처럼 나타나는 기업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 여러 나라 정부가 빅 데이터를 새로운 산업기회로 보고 앞다퉈 육성 방침을 표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마디로 빅 데이터는 디지털 시대의 금광(金鑛)이라 할 만하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10년 3월 대통령 자문위원회인 과학기술정책자문위원회가 ‘디지털 미래 디자인(Designing a Digital Future)’이란 보고서를 통해 연방정부의 빅 데이터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올 3월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2억 달러 이상을 투입해 관련 기술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 데이터를 분석하는 전문가 등 관련 분야를 통해 수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12월 27개 회원국에서 생산하는 모든 공공정보와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했다. 이렇게 공개된 데이터를 일반 시민이나 기업이 재가공해 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U는 이들 공개된 정보의 가공산업으로 연간 400억 유로(약 61조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10월 대통령 직속의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빅 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정부 구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현재 공유자원포털 사이트(data.go.kr)에서 13종 126개 정보세트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안에 특허정보, 통계정보, 실시간 항공운항정보, 전국 동식물정보 등 23종의 정보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들 정보를 활용한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활용이 기대된다.
문제는 아직 인식과 제도가 뒷받침 되지 못하고 있다. 공유자원포털을 운영하는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아직도 정부기관 중 상당수가 단순히 정보를 공개하는 것으로 역할을 다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개된 정보가 실제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는 단계까지 인식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련하여 이들 공공기관이 특별한 이유 없이 정보를 개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공공 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백재현 기자 itb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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