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초대장 안 가져 오셨어요? 성함이….”
15일 오후 4시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서관 3층 귀빈(VIP) 라운지 앞.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젊은 남성 앞을 검은 옷에 무전기를 든 경호원이 제지했다.
초대받은 VIP라는 것이 확인되자 그제서야 입장이 가능했다. 이 남성은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라운지 안으로 들어섰다.
VIP 라운지는 평소 백화점 귀빈들을 위한 공간이지만 이날만큼은 프라이빗한 시계전시장으로 변했다.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전시는 아니다.
파텍필립으로부터 초청받은 20여명의 VVIP들이 모여 세계 최고의 시계를 감상했다. '시계 마니아'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바로 그 시계들이다.
어두컴컴한 라운지 안으로 들어서니 파텍필립의 전설적인 시계 120여점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칼라트라바, 노틸러스, 트웬티포 등 파텍필립의 유명 컬렉션을 한자리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시계 마니아들로서는 흥분되는 일이다.
최하 2000만원대부터 최고가 4억원대 제품까지, 쉽게 가질 수 없어 더욱 매력적인 시계들이 귀빈들을 맞이했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라인이 특징인 '5940 퍼페추얼 캘린더'는 파텍 필립의 컴플리케이션 중 가장 인기 있는 시리즈로 파텍필립의 스타일과 전문성을 담은 대표적인 수작이다. 가격은 1억1000만원대.
'7140 레이디스 퍼스트 퍼페추얼 캘린더'는 컴플리케이션의 결합과 다이아몬드 세팅으로 고혹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시계 전체에 총 95개의 0.68캐럿 다이아몬드를 장식해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멋을 강조했다. 시계 뒷면을 통해 보이는 예술적으로 장식된 기계식 무브먼트의 움직임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가격은 1억3000만원대.
이번 전시에서 가장 독특한 시계는 북반구의 밤하늘을 형상화한 4억원대 제품. 시계의 시침과 분침을 가로질러 아름다운 은하수가 흐르는 모습이 시계 마니아들의 숨을 잠시 멈추게 했다.
행사가 끝나도 VIP들은 파텍필립 시계 기술의 경이로움과 예술적이고 꾸밈없는 디자인에 반했던 여운으로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파텍필립 월드투어는 매년 바젤 월드(스위스 바젤 시계박람회) 이후에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면서 진행되는 전시회다. 통상적으로 오픈한 지 1년 미만인 매장의 경우 월드투어 대상 매장에서 제외되지만 파텍필립은 이례적으로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이번 전시회를 열었다.
파텍필립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판매 목적이 아닌 시계 마니아를 위한 서비스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시계는 워낙 주관적인 제품이라 본인이 원하는 것이 분명한 제품이다. 행사가 끝나고 관련 제품에 대한 VIP 문의가 이어지는 등 호응이 뜨겁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텍필립은 대를 이어 아들과 손자에게 물려주는 시계”라면서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매출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확고한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로 최근에는 중국인 매출도 상당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파텍필립은 1839년 탄생해 기술을 과시하지 않고 시계를 예술로 승화시켜 세계 최고의 워치로 인정받고 있다. 차이콥스키, 록펠러, 아인슈타인 등 많은 유명인이 사랑한 시계이며 예술품으로 인정받기에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까지 애용하고 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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