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관광객 급증에 신설 붐...현재 준비중인 사업만 70곳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종로에 있는 아벤트리호텔로 가주세요." "아베 뭐? 무슨 호텔이요?
최근 서울 시내 곳곳에 호텔들이 신규 출점하다보니 엉뚱하게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택시 운전사들이 애를 먹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무조건 이름 하나만 외우고 와서 'oo호텔'로 가달라고 요청하지만 택시 운전사들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호텔 이름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나는 호텔 이름을 다 외울 수 없어서다.
15일 한국관광문화연구원 자료 등에 따르면 현재 조성 중이거나 계획ㆍ추진 중인 호텔은 서울에만 70여곳이 넘는다. 외국인관광객 1000만 시대를 맞아 한국관광공사는 2015년까지 3만1172실 공급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객실공급은 2만6000실정도. 부족한 객실을 채우기 위해 기존 호텔업계 뿐만 아니라 여행사ㆍ부동산 투자자들까지 호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봇물 터지듯 서울 시내에 호텔들이 속속 들어서다보니 택시기사들은 이름 외우기도 바쁘다. 내비게이션에 등록되지도 않은 호텔들이 수두룩하다보니 운전대를 어디로 향해야할지 진땀 빼기 일쑤다.
택시기사 신모(60)씨는 "외국인들이 호텔 이름 하나 달랑 들고 와서 어디어디 가달라고 하는데 당최 이름을 몰라 애를 먹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라며 "콜센터에 걸어서 통역관이랑 한참 씨름한 뒤라야 겨우겨우 도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개장한 특1급 콘래드호텔를 찾았던 택시기사 송모(50)씨도 마찬가지 경험을 겪었다. 송씨는 "다행히 손님이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근처라고 해서 알아들었다"며 "요즘에는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호텔들이 많다. 한 번은 퇴계로 대한극장 인근의 한 호텔을 갔는데, 내비게이션에 이름이 등록돼있지도 않은 곳이라 브랜드명은 물론이고 전화번호를 쳐도 안나와서 결국 주소로 검색해서 겨우 찾아갔다"고 하소연했다.
신규호텔을 찾을 때마다 곤혹을 치르다보니 일부 택시 운전사들은 처음 들어본다 싶으면 아예 손사래를 치고 떠나버리기도 한다.
택시기사 고모(60)씨는 신라호텔에서 서양인관광객을 태우고 새로 생긴 호텔로 이동할 때 겪은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그는 "요즘 생기는 호텔들이 이름은 다들 죄다 영어에다가 이름도 길어서 나같이 나이 든 기사들은 알아듣기도 힘들다"며 "지금도 어느 호텔인지 기억도 안나는데 서로 말은 안통하지, 목적지는 바로 안 보이지 여간 번거로웠던 게 아니었다. 그 이후로는 일단 목적지 먼저 듣고, 모르겠다 싶으면 처음부터 아예 못 간다고 말하고 안태운다"고 말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번거롭다고 해도 자칫 '외국인관광객 승차 거부'로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