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빈지갑 열자는 복지空약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6초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정치권의 '묻지마 무상공약'에 결국 동티가 났다. 지난 9월 각 시·도에 추가 지원을 약속하며 간신히 잠재운 무상보육 논란이 전국 최고의 부자 지자체 서울시에서 재연됐다. 예산이 바닥난 서울시 24개구는 내년 무상보육비 편성을 거부했지만 대선 후보들은 이튿날에도 복지 공약을 쏟아냈다. 빈 지갑 열겠다는 '복지空약'인 셈이다.


촘촘한 재원 조달 계획 없이 시작한 무상시리즈는 시작부터 갈등을 예고했다. 올해 초 벌어진 어린이집 대란은 돈을 쓰면서도 실수요자를 울리는 무상보육의 구멍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부와 반씩 나눠 돈을 대는 지자체들은 일찌감치 이런 상황을 경고했다. 지난 6월 전국 시·도지사들은 "지난해 지방정부 예산이 다 처리된 뒤 국회와 정부가 협의도 없이 만 0세에서 2세 아동에 대한 무상보육을 전 계층으로 확대했다"면서 "갑자기 늘어난 지자체의 재원 부담을 해소할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국비 3697억원을 추가로 편성했지만 지자체들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맞섰다.


무상보육 정책이 올해 가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지자체들의 압박에 정부는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지난 9월 국무총리가 중재에 나서 추가 지원을 약속하면서 상황을 수습했다. 지방채를 발행해 부족분 6639억원을 조달하면 내년 예산에 4351억원(67%)을 반영해 주는 조건이었다. 올해 0~2세 영·유아 무상보육비 부족분의 3분의 2에 이르는 금액이다.

그 사이 정부는 전면 무상보육에 급 브레이크를 잡았다. 시행 4개월만이던 7월 '전면 지원'에서 '계층별 선별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완전히 틀겠다고 선언했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고 "다음 정부가 할 일에 현 정부는 나서지 말라"는 여야의 경고가 잇따랐다. 무상보육 논쟁 2라운드의 시작이었다.


이렇게 사연 많은 무상보육이 이번엔 재정자립도 90.2%의 부자 지자체 서울에서 중단 고비를 맞았다. 13일 서울 24개구 구청장들은 내년도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거부한다고 공표했다. 정치권의 무리한 무상보육 정책에 들일 돈이 없다며 두 손을 들었다. 24개 구청장 가운데 19명은 민주통합당, 5명은 새누리당 소속이다. 강남구청장(새누리당)은 공동선언에서 빠졌지만 무상급식도 재고하자고 말한다. 당색을 떠나 전면 무상보육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항복 선언이 나왔다.


문제는 정부나 정치권도 증세나 나랏빚 늘리기 외에 뾰족수가 없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기가 나쁜 때에 세금을 더 걷어 복지에 쓰자는 건 조삼모사와 다를바 없고 내수에도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