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류현진(한화)이다. 미국으로 떠나는 내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류현진은 14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행 비행기에 올랐다. 출국심사대까지의 이동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이날 취재진과 15분여의 대화를 나눈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달리 출국장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빗발치는 요청에 간단하게 사진촬영만 가진 뒤 바로 자취를 감췄다. 그 사이 남긴 말은 “잘 다녀오겠습니다”가 전부였다.
이유 있는 인터뷰 기피였다. 류현진 측 관계자는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로부터 한국에서 어떠한 인터뷰에도 응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았다. 자칫 발언이 계약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봉 협상을 둘러싼 LA 다저스와의 신경전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셈이다.
사실 줄다리기는 지난 10일부터 시작됐다. 보라스는 류현진이 포스팅시스템(Posting system, 비공개 경쟁입찰)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자 바로 그의 높은 가치를 강조하고 나섰다. 딜란 에르난데스 LA 타임스 칼럼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보라스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최소 3선발을 맡을 수 있는 투수다. 일본에서 뛰었다면 포스팅 입찰액은 훨씬 높게 나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저스가) 이번 협상에서 사인을 하지 않는다면 내년 입찰액은 꽤 드라마틱하게 올라갈 것”이라며 다저스 구단을 압박했다.
다저스 구단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스탠 캐스텐 사장은 13일 가진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윈터미팅이 끝아고 다른 선수 영입이 확정될 때까지 류현진과의 계약 여부를 확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수뇌부가 참석하는 윈터미팅은 12월 4일부터 7일까지 미국 테네시 주에서 열린다. 다저스와의 입단 협상 마감시한은 12월 13일이 유력하다. 결국 보라스 측과의 협상은 길어야 일주일 동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 사이 다저스는 보라스에게 휘둘릴 여지를 최소화하며 협상에서의 유리한 고지 선점을 기대할 수 있다.
치열한 기 싸움의 향방은 윈터미팅 이후 드러날 전망이다. 이 시기 구단 관계자, 에이전트들은 트레이드, FA 계약 등을 줄기차게 논의한다. 이 때문에 윈터미팅을 전후로 적잖은 선수들이 둥지를 옮긴다. 다저스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잭 그레인키, 구로다 히로키 등을 눈여겨본다. 트레이드에 대한 문도 활짝 열어놓았다. 결국 다저스가 어떤 선수를 영입하느냐에 따라 류현진의 계약은 달라질 수 있다.
불발 가능성이 대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저스는 전력 보강은 물론 ‘국제적 위상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류현진의 영입을 시도했다. 더구나 구단 측은 전 경기 독점 중계권을 건네는 대가로 FOX 및 타임워너케이블과 5년간 25억 달러 수준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서 류현진이 맡게 될 역할은 결코 적지 않다.
한편 류현진은 16일 캘리포니아 주 뉴포트비치에 위치한 보라스코퍼레이션 사무실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다. 미국 언론과 야구팬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류현진은 자리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게 된 배경과 향후 목표 등을 직접 밝힐 예정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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