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하락 여파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내년부터 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에 가입할 경우 실수령액이 3%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저금리와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여파다. 이에 따라 가급적 올해 안에 가입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주택가격상승률이 과도하게 계산된 측면이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서 사장에 따르면 2007년 주택연금 설계 당시 주택가격상승률을 평균 3.5%로 적용했지만 2007년부터 집값이 하향세를 보이면서 2011년부터 그 이전의 5년간 주택가격 상승률은 3% 이하로 떨어졌다.
그는 "올해 초 주택연금에 적용하던 주택가격상승률을 3.5%에서 3.3%로 조정했지만 용역 중간결과보고를 받아보니 내년에는 수령액 기준으로 3% 내외 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야겠지만 내년 초 가입하는 사람들은 현재 수령액보다 3%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가입자의 경우 수령액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는 상품으로, 지난달 가입자가 전년동월대비 80% 이상 증가할 정도로 최근 들어 인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누적 신규가입규모는 4100좌를 기록했다.
서 사장은 "집값과 수령액을 고려할 때 2009년 가입자가 가장 유리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주택연금 수령액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서민금융 확대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3월 적격대출 출시해 단기 변동금리 위주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로 전환, 가계부채 안정화 등에 기여했다. 적격대출은 이달 초까지 10조원 이상 취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보금자리론 우대형2, 징검다리 전세보증, 세입자특례보증 등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신상품을 출시했으며 연중 보금자리론 금리도 1%포인트 내렸다.
이 때문에 지난달 말까지 보금자리론은 8조원, 주택보증은 24조원을 기록하는 등 올해 서민주택공급액은 50조원 이상 달성할 전망이다.
서 사장은 "월 이자부담이 10만~20만원 가량 줄어들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다만 적격대출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를 나타냈다. 급격히 확대되면서 리스크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15조원 규모인 적격대출은 내년에는 3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는 "많이 취급하는 은행 세군데가 있는데, 하루 취급액이 최고 500억원에 달한다. 일반 시중은행 보다 10배나 많다"면서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관리가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서 사장은 이어 "지나치게 빠르게 늘어나는 은행들에 대해서 과당경쟁을 통한 대출 취급보다는 소비자 선택에 의한 대출을 하는게 좋겠다는 식의 속도조절을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커버드본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적격대출이라는 표준화된 형태를 통해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경우 MBS(주택저당증권)과 함께 선택이 가능해져 자산운용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적격대출 총액 가운데 3분의1은 커버드본드로 옮기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내년 중점계획에 대해 서 사장은 올해 미진했던 전세자금대출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내집 마련에 필요한 적격대출에만 신경쓰다보니 전세자금대출금리가 오히려 높은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서 사장은 이와 관련해 "현재 5.5% 수준인데 4.5%까지 낮아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금융위와 논의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체 은행권에 미치는 파급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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