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체코, 뉴질랜드, 레바논, 피지섬…. 평생 한 번 가보기도 힘든 나라에서 생산된 음료들이 국내 대형마트 진열대에 채워지고 있다.
국내 음료 시장이 포화상태인 가운데 관련 업체들이 낯선 나라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도, 새로운 수요 창출에 나서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일, 네덜란드 등 이미 잘 알려진 국가의 브랜드가 자리 잡은 국내 수입맥주시장에 체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낯선 나라의 브랜드가 노크를 하고 있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체코는 3000여 종류의 맥주가 판매될 정도로 '맥주 강국'이다.
1842년 체코에서 처음 생산된 세계 최초 라거 맥주 필스너 우르켈은 올해까지 10년 째 국내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 '코젤 다크', 2011년 '감 브리너스 프리미엄' 등 체코 맥주는 국내에 연이어 수입됐다.
사브 밀러 코리아 관계자는 "체코 외에도 특정 국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다양한 국가의 맥주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차르트의 고향 오스트리아에서 들어온 맥주도 인기다. 꽃향기가 난다고 알려진 '에델바이스'는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맥에서 만들어진 맥주다. 1475년 설립된 오스트리아 양조장 칼텐하우젠에서 생산하고 있다.
세계 6위의 커피 생산국인 멕시코에서는 커피와 알코올을 섞은 커피 리큐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커피 리큐르 제품 '듀랑고 카페'는 칵테일 블랙러시안처럼 만들어 마실 수 있다. 또한 콜라, 우유 등과도 섞어 마실 수 있는 리큐르 제품이다.
올해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된 제품도 있다. 체코의 탄산수 '마토니'다. 현재 국내 수입탄산수 시장은 150억원대 규모로 프랑스의 페리에와 이탈리아의 산 펠레그리노가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마토니는 플레인, 오렌지, 레몬, 자몽, 청포도 등 5가지 다양한 맛으로 독점적인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마토니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삼원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동남아 등지에서 만들어 판매되는 탄산수들과는 차별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토니는 1867년부터 생산돼 이미 세계 2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온천 휴양지로 유명한 체코 카를로비 바리에서 만들어 지고 있다. 카를로비 바리에서 취수되는 물로 만들어 제품 전체를 공수해오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대중화 된 와인 시장에도 특별한 국가의 제품이 들어왔다. 프랑스, 이탈리아, 칠레 등이 아닌 중동의 분쟁지역인 레바논에서 만들어진 와인 '샤또 무사르'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에 유일하게 수입되는 레바논 산 제품이다.
샤또 무사르를 수입하는 레뱅드매일 관계자는 "프랑스 와인의 맛이 플랫하다면 레바논 무사르는 보다 다이내믹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피력했다. 레바논에서는 하나의 포도 품종만이 재배되기 때문에 프랑스나 이탈리아 와인처럼 포도 품종이 섞일 일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좋은 와인 산지라 하면 대부분 프랑스나 칠레 등을 생각하기 쉽지만 중동 또한 최고의 와인 산지"라며 "레바논의 기후는 지중해성으로 여름에는 기온이 높고 건조해 당도 높은 포도를 생산하기 좋다"고 덧붙였다.
불가리아 와인도 국내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불가리아에서 와인 생산량 1위를 자랑하는 와인회사 도메인 보야르의 생산관리 총 책임자인 디미타르 파노프 씨는 "싼 가격에 더해 멜롯, 까베르네 소비뇽, 샤도네이 품종의 강한 타닌 맛과 과일 향도 매력적이라며 "가격과 맛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에너지 음료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뉴질랜드에서만 만들어지는 완제품을 수입하는 곳도 있다. 활황에서 유통하는 'V에너지'는 캔을 포함해 100% 뉴질랜드 산 이다. V에너지는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 지방 자치구역에서 천연 탄산수와 천연 카페인 과라나 열매 추출물로 만들어진다.
활황 관계자는 "인터넷을 뒤져 뉴질랜드 본사로 무작정 이메일을 보냈고, 우여곡절 끝에 미팅을 가진 후 한국에 제품을 들여올 수 있었다"며 "새로운 유통채널을 확보해나가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한국을 시작으로 인도, 싱가포르, 홍콩 등 순차적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에비앙, 볼빅 등 수입생수가 범람한 생수시장에서도 특이한 제품이 있다. 남태평양 피지제도 비티레부섬의 야카라 골짜기에서 온 생수, '피지워터'다. 피지제도에서 만들어지는 피지워터는 모든 생산과정을 엄격히 관리해 사람의 손이 절대 닿지 않는다고 한다. 시판되는 생수 중에선 환경오염으로부터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년 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치른 날 저녁, 오바마 대통령 이 제품을 든 사진이 신문 지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김근배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소수의 이색 국가 제품이라도 수요가 있기 때문에 국내에 들여올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제품들은 무엇인가 독특한 풍미를 지니게 돼 충분히 상품성 있는 가치를 지닌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판매업자들도 처음에는 테스팅 마켓으로 들여오다 수요가 늘어나면 제품을 더 많이 들여와 제품시장이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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