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민생과 보수결집이라는 '단일화 대응전략'을 세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듯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이견이 많이 표출되고 있어 주목된다.
박 후보가 11일 발표한 최대 18조원 규모의 가계부채 해결 정책 '국민행복기금'은 '오늘 터지느냐 내일 터지느냐'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되는 서민과 중산층의 빚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들어 문재인ㆍ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이벤트 효과에 맞서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단일화 논의가 상대적으로 민생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인 이슈인만큼 이 틈을 파고들어 민생 이슈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가 이번에 발표한 가계부채 관련 구상의 초점이 서민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자활의지를 갖도록 하는 데 맞춰졌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날 문ㆍ안 후보가 사실상의 정책 종합구상을 동시에 발표하면서 박 후보 발표의 효과가 상당부분 감소했다는 시각도 있다.
두 후보가 단일화 룰 협상팀을 가동키로 이날 합의한 것도 박 후보 입장에서는 다소 맥이 빠지는 대목이다.
박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야권의 단일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박 후보가 묵묵하게 발표하고 있는 정책공약이 다소 가려지는 느낌은 분명히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단일화 이슈가 본격적으로 떠오른 이후부터 박 후보가 중요한 정책공약을 발표해도 지지율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런 가운데 박 후보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제시한 경제민주화 정책 중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 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 방안 등 민감한 요소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김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이에 반발하면서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 기조를 일정부분 수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야권 단일화가 완성되고 단일화의 효과가 조금이라도 표출되면 박 후보의 열세가 고착화되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51대 49'의 싸움이 불가피한만큼 '산토끼'를 많이 잡아들이는 일보다 '집토끼'를 단속하는 일에 힘을 더 쏟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조짐에 대해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엇갈린 의견이 잇따라 표출되고 있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2007년에 이명박 당시 후보가 압승을 했던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며 "선거에 적극 참여를 하지 않을 뿐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유권자가 더 많다는 게 많은 연구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투표율이 높아지면 아무리 선전해도 신승"이라며 "수도권이나 충청권, 20~40대 유권자들로 지지를 확장하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반대로 "구도가 아슬아슬해질수록 보수 유권자들의 참여를 극대화하고 결속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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