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통한 소송전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40억원이 채 안 되는 예산을 준비중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법무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편성 내용을 보면 '국제투자분쟁 중재수행 및 대응' 명목으로 39억6000만원이 배정됐다. 이는 론스타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를 통해 이르면 이달 말 한국 정부를 제소하려는 데 대해 마련한 비용이다.
정부가 국제투자분쟁과 관련해 따로 예산을 배정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정부가 론스타와 합의나 중재 없이 소송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론스타와 합의를 할지, 소송을 할지 외부적으로 공개할 만한 사안을 확정한 건 없다"고 말했다.
앞서 론스타는 지난 5월 21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중재의향서를 보내며 "6개월 안에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 따라 ICSID에 이번 분쟁의 중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법률대리인으로 법무법인 태평양과 미국계 로펌 아널드앤포터를, 론스타는 법무법인 세종과 미국계 시들리 오스틴을 선임해 이번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해 왔다.
법조계에선 론스타 주장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40억원 안팎의 예산으로 소송전을 대비할 수 있을지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국무총리실이 무소속 박주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 등은 법률대리인을 선임하면서 별도 예비비를 신청하지 않았다. 내년도 몫으로 책정한 이 예산에서 나갈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정부가 직접 관여한 사안에 대한 수임비용은 원래 낮은 편이지만 국제투자분쟁의 경우 기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소송비용이 커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ISD 사건의 평균 인용금액은 2600만달러, 우리돈으로 300억원을 훌쩍 넘는다. 패소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ISD 분쟁에서 투자자가 승소한 사례가 40% 안팎으로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낙관하긴 힘든 상황이다. 법무부 연간예산에 국가배상금 명목으로 200억원이 배정돼 있지만 이 역시 해마다 500~600억원씩 부족했던 탓에 예비비를 전용했다.
정부는 론스타 주장의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 있는 만큼 승소를 자신하고 있지만, 협정문만을 따져 옳고 그름을 따지는 ISD 특성상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2008년 이후 맺거나 개정한 투자보장협정에는 페이퍼컴퍼니를 제외하는 조항이 있지만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은 2005년 개정된 탓에 이 같은 내용이 없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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