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비 씨에게 루머란?”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솔비 씨에게 공식 질문이 주어졌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솔비 씨가 답했습니다. “나를 성숙하게 만든 단어.” 그래요. 어느새 참 많이 성숙해진 솔비 씨입니다. 아마 2007년이었을 거예요. 데뷔 이후 솔비 씨가 돌출언행으로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달리고 있을 즈음, ‘걱정이 된다, 제동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겠느냐’는 요지의 글을 쓴 적이 있거든요. 솔비 씨보다는 나이 어린 당신을 한껏 부추겨 반사 이익을 취하려 드는 몇몇 어른들을 향한 글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제작진으로서야 얼씨구나 하고 반길 캐릭터임이 분명하고 기획사 입장에서는 인지도가 오르면 수입이 달라지니 더 없이 고마웠을 테죠. 하지만 한번 굳어져버린 이미지를 바꾸는 건 어려우니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 위한 충격 요법은 자제하는 게 어떨까 싶었어요. 그런데 지난번 SBS <강심장>에서도 그렇고, 이번 ‘라디오 스타’에서도 보니 괜한 오지랖이었던 모양입니다. 알아서 잘 해내고 있더군요.
자신의 억울함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참 예쁘네요
무엇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사건으로 인해 한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으나 그 힘든 과정을 스스로 극복해냈다는 점이, 그리고 이를 회환이 아닌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영상 파문만 봐도 그래요. 사실이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억울하고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죠. 오죽이나 가슴이 아프셨으면 어머니께서 병을 다 얻으셨겠습니까. 최초 유포자는 찾아낼 길이 없다지, 금쪽같은 딸내미를 두고 남의 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없는 말을 만들어 내지, 억장이 무너지고도 남을 일입니다. 그런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실 어머님마저 편찮으신 마당에 포기하고 주저앉는 게 아니라 홀로 적극적으로 사건 해결에 나섰다는 점, 가히 존경스럽습니다. 이런 범죄의 경우 진위 여부를 가리려면 자신의 신체 일부를 촬영해 수사기관에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솔비 씨의 얘기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는데요. 그야말로 ‘어이상실’이 따로 없더군요. 피해자가 결백을 증명하고자 또 다른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 거잖아요. 함께 출연한 데프콘 씨는 택시 무임승차라는 루머만으로도 억울해서 손이 다 떨리던데 솔비 씨의 억울함은 대체 누가 보상해주나요? 가슴이 답답해옵니다.
하지만 이럴 때면 어떠한 고난의 시간이라도 길게 보면 득이 되지 않는 시간은 없다는 옛말이 허튼 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영상 사건을 처음 접하고는 직접 조목조목 해명을 할 생각도 했지만 그로 인해 수면 위로 떠오를 실제 당사자들이 마음에 걸려 그만두고 말았다지요? 결국에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SNS의 파급력을 타고 지나치게 퍼져나가는 통에 법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고는 하나 어쩌면 원망스러울 수도 있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미덕일 거예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줘서 고마워요
‘오뚝이처럼 일어날 때마다 딴 사람이 되어서 일어나는 변신의 귀재’ 라는 소개말도, MC들의 어떤 거친 공격도 이젠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죠? 지난 주 연애를 하고 싶다는 데프콘 씨에게 던진 ‘왜 살을 빼야 하는지, 그 수염이 여자들이 좋아하는 수염인지, 그 안경이 어울리는지’ 한번 생각해보라는, 그리고 여자들은 말 많은 남자를 정말 싫어한다는 조언은 압권이었습니다. 특히 김국진 씨에게도 충고를 좀 해달라는 주문을 받자 ‘혼자 되셨느냐?’고 묻더니 혼잣말처럼 ‘그, 참 어렵네’ 라고 읊조렸던 것도 재미있었어요. 이처럼 이젠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가 된, 불평꾼 기질이라곤 한 푼도 엿보이지 않는,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싶어진 솔비 씨.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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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10 아시아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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