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어장> ‘라디오 스타’ MBC 밤 11시 15분
단독 체제로 1년, 김구라 없이 5개월, 그동안 ‘라디오 스타’(이하 ‘라스’)는 분명 선방해왔다. ‘라스’의 정체성인 ‘(게스트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방식은 60분 이상의 토크도 뻔하지 않게 이끌었고, 규현의 순수를 가장한 독설과 유세윤의 예측불허 멘트 역시 새로운 스타일로 자리 잡은 덕분이다. 하지만 길어진 방송시간과 김구라의 공백이 겹치며 비롯된 과부하는 지속될수록 위기인 듯하다. 지난 몇 달 사이 앨범이나 작품 홍보를 위한 출연이 부쩍 늘고, ‘엑기스’만 뽑아 방송했던 과거와 달리 지루한 내용도 과감히 편집하지 않게 되면서 감칠맛 나는 토크의 재미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방송 환경에서 예능과 홍보는 불가분의 관계고, 이것이 늘 마이너스는 아니다. 그러나 영화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개봉을 앞두고 출연한 김인권, 조정석, 권현상은 예능 경험이 거의 없었던 만큼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고 서로의 토크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했다.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시청자들이 공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초반을 영화 캐릭터와 촬영 에피소드에 할애하고 중구난방으로 주제를 오간 끝에 ‘롤 모델은 누구?’와 같은 진부한 질문을 던진 것 또한 ‘라스’답지 않게 안이한 접근이었다. MC들의 농담과 게스트들의 진지한 반응이 엇갈리며 맥이 계속 끊기자 후반에 합류한 규현이 작심하고 독한 질문을 던졌음에도 각자의 고군분투는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노래, 댄스, 기타 연주 등 몸을 던진 조정석의 매력발산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라스’가 아쉬웠던 이유는 명백하다. 토크가 약한 ‘라스’는 ‘라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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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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