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증권, 광주·제주 10명 요청에 노조 반발
인정여부 따라 위로금 세금 수천만원 차이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구조조정' 한파가 불고 있는 증권업계에 '희망퇴직 인정여부'라는 새로운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 발단은 메리츠종금증권이지만 업계 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 사안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월 메리츠종금증권은 업황 위축 등을 이유로 조직개편을 실시하면서 광주와 제주지역 일부 지점을 통폐합기로 결정했다. 이에 노동조합 측은 안정적인 고용보장을 요구했고 경영진은 퇴직자 없는 지점 통폐합을 결정했다.
그러나 지역을 옮겨서 근무하는 것보다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현재 지역에 남길 원하는 10여명의 직원들이 퇴직을 요청하면서 구조조정 논란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공식적인 노사합의로 희망퇴직을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통상 2년치 연봉 수준의 퇴직위로금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위로금 명목으로 1년치 연봉을 퇴직위로금으로 지급기로 결정하고 해당 직원들과 합의했다.
문제는 노조가 이들의 희망퇴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희망퇴직 인정여부는 단협상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노조는 희망퇴직에 대한 선례를 남긴다면 차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동의를 거부했다.
불똥은 퇴직을 결심한 직원들에게 옮겨붙었다. 현행 세법상 퇴직위로금은 근로소득이 아니라 퇴직소득으로 처리된다. 다만, 노사 합의하에 진행된 퇴직에 한해 퇴직소득으로 처리해준다.
퇴직소득으로 간주 시 퇴직위로금에서 40%를 일단 공제하고 근속 연수에 따른 공제를 추가로 받아 세금이 산출된다. 통상 퇴직위로금의 3~4%에 불과하다.
그러나 노사 합의가 없는 퇴직인 경우에는 퇴직위로금이 근로소득으로 간주돼 근로소득세에 준하는 세금(약 30%)이 고스란히 퇴직위로금에서 빠져나간다. 결과에 따라 10배가량의 세금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퇴직위로금의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떼일 처지에 놓인 직원들은 노조에 희망퇴직 동의를 요구했지만, 고용안정을 내세우는 노조 역시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사표가 수리됐지만 양측이 같은 입장을 고수하면서 노조집행부와 직원들의 갈등까지 발생하게 됐다. 메리츠종금증권 직원들은 지난 2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현행 노조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안까지 통과시켰다.
증권업계는 이 같은 경우가 특정 증권사에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의 단협이 대부분 메리츠종금과 비슷하기 때문에 지점 통폐합이나 희망퇴직이 있을 경우 언제든 동일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인사담당자는 “퇴직자 입장에서 수천만 원이 세금으로 빠져나가느냐의 차이가 있는데 노조는 고용안정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인정하지 않는 추세”라며 “향후 증권가에 노·노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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