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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日帝가 만든 '땅 구획' 지도, 오차투성이 놔둘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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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地籍을 지적하는 이 남자 김영호 대한지적공사(LX) 사장
연필심두께에 경계선 착오, 2030년까지 우리땅 재측량

[아시아초대석]"日帝가 만든 '땅 구획' 지도, 오차투성이 놔둘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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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공기는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존재이지만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지적(地籍) 또한 마찬가지다. 인간 사회에 꼭 필요하고 없으면 크게 불편하다."


김영호 대한지적공사(LX) 사장이 '공간정보(지적)'를 이렇게 정의했다. 모호한 데다 뭔가 딱 정의 내리기 힘든게 공간정보라고 하자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 것이다. "지적분야는 이제 IT기술과 분리하기 힘들게 됐는데 IT라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 아니냐"고도 했다. 컴퓨터 장비와 네트워크 등을 아우르는 IT처럼 지적이라는 것도 포괄적인 개념이라는 얘기다.

더 간명하게 보면 지적도는 땅의 지도다. 땅의 크기와 모양, 위치, 경계, 소유자 등 물리적인 구분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땅의 주민등록증'이라 할만 하다. 특히 지적도는 법적 권리와 직결된다. 선의 굵기 차이로 땅의 경계선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소유자간 법적 쟁송을 부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지적공사는 땅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나누는 작업을 수행하면서 각종 개발사업이나 소유권 다툼 등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반인들에게 회사이름만 생소할 뿐, 사실상 너무 중요한 일을 수행하는 기관인 셈이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는 LX는 2가지의 중요한 과제를 수행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우리 땅을 수탈하기 위해 일제시대 초기에 그린 지적도를 새로 그리는 사업이 하나요,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다른 하나"라고 강조했다.

최근 소설 아리랑을 다시 읽었다는 김 사장은 "소설처럼 잘못 그려지거나 누락된 지적도로 인해 땅의 주인이 뒤바뀌거나 땅을 빼앗기게 됐다"며 지적을 전면 재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설에서는 일제 강점기 당시 일제의 일방적인 지적도 작성의 폐해를 실감 나게 그려준다. 사실 100년 전에 그려진 지적도는 기준점을 잘못 잡아 오차가 발생한 경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또 눈금종이에 연필로 선을 긋다 보니 연필심 두께로 인해 땅의 경계선이 달라지는 등의 오류도 적잖다. 따라서 지적재조사는 국민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차원이다.


김 사장은 2010년 취임과 동시에 지적재조사 작업을 시행하는 데 온 역량을 기울였다. 다행히 국토해양부의 지원을 받아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이 마련되며 지난 9월부터 지적재조사가 시작됐다. LX는 앞으로 2030년까지 지적재조사를 통해 국민의 권익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1조2065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정도로 막대한 사업이다.


LX가 중점을 두는 또 하나는 해외 진출이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시장의 확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데다 부가가치 또한 높다는 점에서다. 70여년간 축적한 측량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모로코, 아제르바이잔, 자메이카 등지에 이미 진출해 있다. 측량, 토지등록, 연수교육, 컨설팅 등이 주요 사업분야다. 작년 11월 말에는 150만달러 규모의 아제르바이잔 토지등록 시범사업을 완료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자메이카 포트랜드주 등 3개 주에서 국가공적원조(ODA) 방식으로 200만달러 규모의 토지등록 시범사업을 계약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아직까진 해외수출에 따른 만족도가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부가가치 수준으로 볼 때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적기술 수출이 토지개발 등에 앞선 선도분야 사업으로서 후속 사업을 따낼 수 있는 가능성이란 측면에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굳이 수익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저개발국가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본다면 그 의미가 더욱 크다며 애착을 드러냈다. 김 사장은 "사업다각화 차원이라는 측면도 있으나 보다 중요한 것은 미개발국가에 지적기술을 전수해준다는 점"이라며 "국가 간 균형발전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해외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에 IT가 접목된 공간정보사업을 수출하겠다는 의욕도 강했다. 최근의 융ㆍ복합 기술트렌드와 마찬가지로 지적분야도 IT을 응용하면 수출할 기회가 무수히 많다는 게 김 사장의 지론이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문화재 복원 등에도 공간정보기술을 통해 보다 완벽을 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남산과 낙산사 등에 공간정보기술을 동원, 현재의 모습을 간직하면서 훼손됐을 경우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를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쌓았다고도 했다. 바티칸의 대성당의 실제 모습을 하나하나 축적해 놓는 공간정보기술을 활용하면 지구 반대쪽에서도 세밀한 성당의 모습을 디지털로 살펴볼 수 있고, 만약 세월이 많이 흘러 훼손되더라도 완벽하게 재생시킬 수 있다는 말로 공간정보기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더 나아가 공간정보기술을 활용해 강우에 따른 홍수피해 상황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응용하면 일정한 강수량이 예측될 때 재난을 예방할 수 있는 명확한 지침을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렇게 본다면 강풍에 따른 해안가의 해일피해 등의 주의보에도 응용되는 등 사실상 공간정보기술이 인간 삶의 모든 구석구석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설명해준 셈이다.


김 사장은 LX가 좀 더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데도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무료 측량서비스는 물론,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일도 확대해나가고 있다. 김 사장은 "국립발레단과 함께 발레 공연 관람이나 강습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비인기 종목인 사이클팀 운영을 통한 사이클 저변확대에 나서고 있다"면서 "10월에 열린 '희망자전거대축제'에 1000여명이 참석해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러 가슴 뿌듯했다"고 말했다.
대담=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정리=진희정 기자 hj_jin@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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