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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경제 살리고 고통 치유하는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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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대중화를 말하다 | 김세영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

“인문학은 경제 살리고  고통 치유하는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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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인문학 사랑에 빠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통계적 분석 기법으로는 예측 곤란한 현상에 대해 인문학적 통찰력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기업 간 기술 및 가격 차별화만으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문학은 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지내오며 지난 8월부터 한국연구재단에서 인문사회연구본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세영(61) 교수. 그가 교수란 직업만큼이나 ‘신봉’하는 것이 ‘인문학’이다. 그는 지금 인문학 학술지원·연구개발 사업 기획 관리 및 평가 등에 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2012 인문주간 행사’를 이끈 그를 만났다. 요즘 기업들이 인문학을 경쟁적으로 경영에 접목하려는 이유가 궁금했거니와 김 교수가 우리사회의 양극화 문제, 중산층 살리기 해법으로 인문학을 제시한 배경이 몹시도 알고 싶어서였다.


예측 불허 미래 경영환경 돌파구로 인문학 각광
“처음엔 내부 직원, 노사 간의 서로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기업문화가 편안해질 수 있다는 관점에서 시작됐습니다. 이후에는 제품 연구·개발과 판매를 할 때도 소비자의 심리와 감성을 먼저 이해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됐죠.”

김 교수는 기업에서 인문학을 주목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기업 경영에 있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는 창의적인 인문학적 사고가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그는 “경제학에서 생산요소로 강조하는 게 자본과 노동력이지만 요즘은 지식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미국의 노동자가 인도의 노동자보다 10배 이상의 생산력을 창출할 순 없지만 인문학 지혜에 기반한 창의력은 300배 이상 생산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시카고대학의 사례를 들었다.


“시카고대학이 경제학 부문에서 세계 1위 수준을 달리고 노벨상 수상자 80명을 배출해 단일 대학으로 최대 수상자를 낸 배경에는 1930년 ‘필독인문학 100선’을 선정해 학생들에게 읽힌 ‘시카고 스타일’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회 양극화 좁히고 중산층 살리려면 인문학을
하지만 김 교수는 “국내 인문학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과 우리 사회가 취업을 우선순위에 놓고 학부제를 도입, 학생들에게 전공을 선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취업이 잘 안 되는 인문학 계열은 학생들이 결국 외면하는 현실이라는 것.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삶의 질보다 양적인 부,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다 보니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인문학을 등한시한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인문학은 평가절하, 가치절하 돼 왔다. 우리사회에 인문학이 약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양극화로 인한 고통을 더 받는 것 같다. 인문학이 돈이나 경제문제로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 줄 것으로 믿는다.”


김 교수는 소득 불균형, 양극화 심화로 무너진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을 살릴 수 있는 해법으로 인문학을 꼽았다. “자포자기한 저소득층에게 용기를 심어줘 중산층으로 올라올 수 있게 하고 대기업에선 이익을 중소기업, 서민들에게 환원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로써 상생이 이뤄지고 양극화를 좁힐 수 있는 거죠. 그러한 마인드의 정립을 인문학이 해줄 것입니다. 인문학의 대중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국민이 고급 인문학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 바로 인문학 주간 행사라고 했다. 김 교수는 경제 불황도 인문학으로 타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는 심리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한다”며 “심적으로 편안해지면 소비심리가 풀리게 되고 경제도 활성화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가 인문학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문학 꿈나무들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살 무렵부터 인문학 인재를 키워 저변이 확대되면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충격을 덜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현재 국가 연구개발비가 연간 16조원이지만 인문사회과학 연구비는 연간 3000억원에 불과하다”며 “인문학 활성화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한국연구재단도 인문학 대중화에 약 1000억원을 지원한다. 김 교수는 “앞으로 우리 재단을 통해 ‘인문학 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에 부는 인문학 열풍
애플은 기술과 인문학을 접목해 혁신적이 제품을 선보였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창의적인 IT 제품은 애플이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구글은 기업문화를 진단하고 변화 방향을 제시하는 데 인문학 방법론을 활용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회사라고 불리는 픽사는 글쓰기, 문학, 철학 등 100여개 이상의 인문학 과정을 개설한 사내 교육기관을 운영 중이다.


한국의 기업들도 인문학에 관심이 높다. 삼성전자는 디자인경영센터에 철학, 동양사학, 어문학, 사회학 등 15%가 넘는 다양한 인문학·사회과학 전공자가 있어 커뮤니케이션 매개 역할뿐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포스코는 신입사원 채용과 임직원 교육에서 ‘문리(文理) 통섭형’ 인재관을 강조하고 인도네시아와 인도 등 해외 제철소 운영과 관련해 지난해 이슬람문화 이해를 위한 강좌도 진행했다.


GS그룹의 허창수 회장도 인문학 경영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영기반이 탄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차별화에 성공해야 한다는 것. 차별화는 결국 직원들의 사고와 행동의 깊이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를 가능케 하는 인문학을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료: 삼성경제연구소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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