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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리더學]움츠렸다 뛰는 '개구리 리더십' 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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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리더십 키워드-광종
과거제 실시로 지지세력 넓히고
후엔 황제 자처하며 숙청 단행

[포커스리더學]움츠렸다 뛰는 '개구리 리더십' 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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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광년(光年) 춘정월에 큰 바람이 불어 나무가 뽑혔다. 왕이 재앙을 물리치는 방법을 물으니, 사천대(司天臺)에서 이르기를 "덕을 닦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습니다"했다. 이로부터 항상 정관정요를 읽었다.(동사강목 中)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왕에게 있어 큰 바람에 나무가 뽑혔다는 사건은 말 그대로 재앙을 뜻했다. 고려 초기, 이는 곧 허약한 왕권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태조가 건국 과정에서 각 지방 호족의 딸들과 정략결혼정책을 펼친 까닭에, 태조 사후 고려는 호족 간 치열한 왕위 계승전에 시달려야 했다. 이 가운데 두 형의 요절로 인해 왕의 자리와는 거리가 멀었던 태조의 셋째아들이 고려 4대왕으로 오른다. 지방 호족중심이었던 고려를 강력한 왕권국가로 만들고, 정치 및 경제 개혁을 통해 500년 고려의 기틀을 잡은 광종이다.

태조가 재위 26년만인 943년 사망했을 때, 광종의 나이는 불과 19세였다. 이후 2대왕인 혜종이 즉위 2년 만에 사망하고 3대왕인 정종까지 4년 만에 27세의 젊은 나이로 눈을 감자, 949년 그가 왕위에 올랐다. 오늘날 개혁가라는 측면에서 조선시대 정조와 비견되기도 하는 광종은 949년부터 975년까지 무려 26년 재위하며 고려의 개혁을 추진했다.


그는 처음부터 움직이지 않았다. 조용히 세력을 쌓았고,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이 성장했을 때 비로소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그의 치세는 즉위년∼7년, 7년∼11년, 11년∼26년 등 세 시기로 크게 나눠진다. 첫 7년간 몸을 움츠렸고, 다음 4년여간 제도적 조치를 만들었다. 이어 말기에는 과감한 숙청까지 단행하며 왕권강화에 집중했다.


광종은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덕을 닦으라는 충고를 받아들여 항상 정관정요(貞觀政要)를 읽었다고 한다. 당태종과 군신 사이의 정치적 논의를 묶은 정관정요는 군주들에게 있어 제왕학(帝王學)을 배우기 위한 '치도(治道)의 서(書)'로 꼽힌 책이다. 재위 초기, 세력을 만들어가는 동안 광종은 이 책을 즐겨 읽으며 개혁의 방안을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광종은 즉위와 더불어 공역자들을 포상하며 쌀을 차등 있게 지급했다. 이는 호족에 대한 회유책인 동시에 왕권이 호족의 세력을 등급화한 것이기도 하다. 가능한 호족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향후 세력 약화를 위한 선행작업을 진행한 셈이다. 또한 광종은 중국 왕조와 밀접한 외교관계를 맺으며 새 국왕으로서의 정치적 기반을 닦아나갔다. 성종(成宗) 대 최승로는 오조치적평을 통해 "광종 8년 동안의 다스림은 가히 삼대(三代: 중국의 하ㆍ은ㆍ주 3대)에 견줄 만하다"고 격찬했다.


재위 7년 이후부터 광종은 왕권강화를 위한 준비작업에 나섰다. 호족세력을 약화시키고 왕권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제도적 조치가 먼저였다. 노비안검법(奴婢按檢法), 과거제, 공복 제정 등 광종대의 굵직굵직한 업적이 이때 나왔다. 일부 호족세력의 반발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광종은 주저함 없이 강행해나갔다.


광종 7년(956년) 시행한 노비안검법은 본래 양인이었던 이들 등 불법적 노비들을 조사해 해방시킨 것으로, 호족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중앙정부의 재정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광종 9년(958) 실시된 과거제는 왕권강화를 위한 새로운 관료체계 설정의 기초 작업을 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후주(後周)의 귀화인인 쌍기에 의해 건의된 과거제는 학문적 소양에 의한 관료제적 질서를 확립시켰다. 또한 과거제를 거쳐 등용된 관리들은 이후 광종이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든든한 지지세력이 됐다.


이밖에도 광종은 백관의 공복을 제정해 관리의 공복을 네 가지 색깔로 구분해 차이를 나타냈고, 왕권강화와 직결되는 관제(官制)와 군제(軍制)도 개편했다. 아울러 스스로를 황제(皇帝)라 부르고, 수도 개경(開經)을 황도(皇都), 사경(四京)을 사도(四都)라고 명칭을 바꿨다.


마지막 시기에 들어서자 광종은 강해진 왕권을 바탕으로 호족세력에 대한 과감한 숙청을 단행했다. 발단은 960년이다. 평농서사(評農書史) 권신(權信)이 대상(大相) 준홍(俊弘), 좌승(佐丞) 왕동(王同) 등과 역모를 꾀한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광종은 이들을 즉시 귀양 보냈다. 즉위 초기 온건한 정책을 펼친 광종은 크게 성장한 자신의 지지세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권한을 드러냈다. 과거제를 거친 유학자들은 물론, 불교세력, 시위군세력 등도 그의 개혁에 힘을 보탰다. 그의 개혁은 숙청대상이 정치적 경쟁자인 호족인 반면, 수혜대상은 일반백성이었다는 점에서 백성들로부터도 일부 지지를 받았다.


광종은 겉보기에 태조 왕건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닮은 인물로 기록돼있다. 사교성과 협상력이 뛰어난 반면, 냉혹한 면도 있었다는 평가다. 호족 숙청과정에서 그는 사적인 정을 배제한 채 무자비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개혁을 반대하는 자들은 모두 숙청됐다. 이같은 점은 이후 그가 자신의 부인, 후계자 왕주까지도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그를 고려시대 최고의 개혁가로 만들었다.


광종의 개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구세력을 포섭하는 것이 아니라 배타적 입장에서 급진적으로 개혁해 나갔다는 점에서 극단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부분적인 실패는 있을 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그의 개혁이 성공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고려시대 정치, 사회적 기틀이 이 시기에 마련됐을 뿐 아니라, 그가 이루고자 했던 부분들이 광종 이후에 더욱 발전해나갔기 때문이다. 광종이 없었다면 그 이후의 개혁도 없었다. 최승로는 5대왕의 평가를 담은 오조치적평에서 광종에 대해 날선 비판을 했으나, 그가 주장한 고려의 정치는 광종의 개혁이 있었기에 비로소 이뤄질 수 있었다.
(도움말=현대경제연구원)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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