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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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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한밤중 전화벨이 울리자 주인공 소년이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보호관찰 대상자에게 걸려오는 야간외출제한금지 명령전화다. 자동안내기의 지시에 따라 본인의 목소리를 녹음해야 한다. 전화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 사이 정해지지 않은 시간에 걸려온다. 야간외출제한금지 명령을 받은 청소년들이 진짜로 집에 있는지 감독하는 시스템이다. 영화를 지켜보던 아이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전화 진짜 X나 짜증나." "저거 저렇게 한 번에 녹음 안 되는데. 여러 번 해야 하는데." 주인공이 특수절도죄로 가정법원에서 10호 처분을 받는 장면에서는 순간 조용해졌다. "10호 처분은 심하다." "X같네." 영화가 끝나고 객석이 밝아지자 누군가 툭 한 마디를 던진다. "근데 영화 생각보다 재밌지 않냐?"

 희망은 어디 있을까 30일 서울 휘경동 서울보호관찰소 대강당 시사회 후 관객들과 대화를 가진 '범죄소년' 강이관 감독(오른쪽)과 주연배우 서영주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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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휘경동 서울보호관찰소 대강당에서는 특별한 시사회가 열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영화 '범죄소년(강이관 감독)'을 보러 서울지역 5개 청소년 보호관찰소에서 청소년 200여명이 참석한 것이다. '범죄소년'은 '날아라 펭귄(2009/임순례 감독)'에 이어 인권위가 내놓은 두 번째 장편영화다.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범죄소년' 장지구(서영주)는 친구들에게 휘말려 빈집털이에 가담했다가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10호 처분을 받는다. 10호 처분을 받은 소년범은 13개월에서 2년간 소년원에 수용돼야 한다. 소년원에 머무는 동안 아픈 할아버지는 홀로 세상을 떠난다. 퇴소를 앞두고 어렸을 때 자신을 버렸던 엄마(이정현)와 조우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세상은 여전히 냉혹하다.


강 감독은 "사회가 이 소년과 엄마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얘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17살 때 지구를 낳고 버렸던 엄마의 손목에는 자살을 시도한 흔적이 있다. 전과자에 마땅한 직업도 없다. 지구와 함께 얹혀살던 집에서 쫓겨나자 찜질방에서 돈을 훔쳐 하루를 버틴다. 16살 지구는 동갑내기 여자친구의 손목에도 엄마와 같은 상처가 남아 있는 것을 본다. 지구가 소년원에 들어갔던 사이 홀로 임신과 출산을 겪고 부모에게 버림받아 쉼터에서 살고 있는 여자친구다. 범죄와 소외의 '대물림'이다.

엄마와 지구의 '저항전'은 계속 패배한다. 엄마는 결국 술집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여자친구를 다시 찾아간 지구는 싸움을 일으켜 또 소년원에 수용된다. 그러나 영화는 삶의 가능성을 열어 둔다. 물론 만만하지는 않다. 강 감독은 "원래 소년원에서 엄마와 여자친구, 지구 셋이 퇴소식을 하고 집으로 걸어가는 결말을 촬영했지만 너무 거짓말같았다"고 말했다. "셋이 화목하게 같이 산다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은 함께 살 날을 그리는 엄마의 '미소'로 대신됐다.


영화는 실제 보호관찰소와 소년원 등지에서 촬영됐다. 4개월간 그곳에서 꼬박 살다시피 한 보람이 있다. "보호관찰 받는 내용은 영화랑 거의 똑같다고 보시면 돼요. 공감가요." 영화를 본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의 얘기다. "지구가 소년원에 가니까 할아버지 돌봐드릴 사람이 없잖아요. 저도 할아버지 아프실 때 (소년원에)들어갔는데 돌봐드릴 사람이 이모밖에 없었어요. 근데 이모들도 아예 안 오시거든요. 제가 만약에 지구였으면 그런 친구들하고는 어울리지도 않았을 거예요."


강 감독은 상영 전 객석을 향해 "자신에게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상영이 끝난 후 강 감독과 주연배우가 자리한 단상에서 영화를 본 청소년의 감상문이 낭독됐다. "보다보니까 재미있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저렇게 살지 말아야겠다. 꼭 배우고 실력을 길러야겠다. 고맙습니다."






김수진 기자 sj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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