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주 예스24 종합 부문 추천도서 3
[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소설이 주는 즐거움은 아마도 문자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독자가 머릿속에서 자유자재로 그려보는 재미에 있다. 같은 작품이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서 그려지는 그림들은 각양각색일 것이다. 재미있게 읽은 작품들은 영화로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상상한 것과 감독이 연출한 것을 비교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최근 들어 유독 영화화 된 소설들이 많다. 자칫 원작을 읽은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우려도 있지만 이미 검증된 작품들이기 때문에 거기에 거는 기대감도 상당할 것이다. 그리고 CG의 발달로 책이나 만화로만 접했던 것들을 실사로 재현할 수 있게 된 것도 한 몫 했으리라 생각된다. 여기 영화가 더욱 기대되는 원작소설 3편을 소개한다.
이 작품은 19세기 남태평양 뉴질랜드에서 고향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는 선량한 공증인 애덤 어윙의 이야기인 「애덤 어윙의 태평양 일지」로 시작해서, 1930년대 벨기에의 고성에서 펼쳐지는 방탕하지만 천재적인 젊은 작곡가 로버트 프로비셔의 이야기인 「제델헴에서 온 편지」, 1970년대 미국에서 핵발전소에 숨겨진 거대 음모를 파헤치는 여기자 루이자 레이의 모험담 「반감기-첫번째 루이자 레이 미스터리」, 21세기 초 인생 최고의 대박과 함께 찾아온 위기 때문에 피난처를 찾아 도망치는 티머시 캐번디시의 시련을 다룬 「티머시 캐번디시의 치 떨리는 시련」, 디스토피아적인 근미래 한국에서 최하층으로 살아가다 지성을 얻고 변모하는 복제인간 손미의 이야기를 그린 「손미-451의 오리즌」을 거쳐, 모든 문명이 파괴된 머나먼 미래 하와이에서 살아가는 양치기 자크리의 이야기 「슬로샤 나루터와 모든 일이 지나간 후」까지 여섯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은 인간의 야만성을 맞닥뜨리고 목도하며 그것에 맞선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문명과 야만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정말 인간다움을 지키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의문을 던지고, 온몸으로 답을 얻고, 의지를 다지며 실천한다. 기묘하게 연결된 여섯 개의 물방울, 여섯 개의 퍼즐 조각은 선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악은 제값을 치르며 인간성이 이상적으로 펼쳐질 수 있는 세계를 위해 한 걸음씩 내디딘 위대한 개인들의 이야기로 수렴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고령화 가족'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데뷔 영화가 흥행에 참패한데다 '그해 최악의 영화'에 선정되기까지 하면서 십 년 넘게 ‘충무로 한량’으로 지내던 오십줄의 늙다리 '나',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보상금으로 받은 돈을 사업한답시고 다 날려먹고 지금은 120kg 거구로 집에서 뒹굴거릴 뿐인 백수 형 '오함마', 바람피우다 두 번째 남편에게서 이혼을 당한 뒤 딸 ‘민경’을 데리고 들어오는 여동생 '미연'까지 이렇게 삼남매가 몇 십 년 만에 다시 엄마 품 안으로 돌아와서 복닥복닥 한살림을 시작한다. 함께 모여 살면서 이제까지 서로 알지 못했던 가족의 과거사와 각자의 비밀들이 하나하나 밝혀진다.
'가족'의 위기가 이제는 낯설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가족'을 소재로 하는 작품은 아주 많다. 하지만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좀 더 다른 시각으로 '가족'이라는 소재를 다룬다. 세련되지도 쿨하지도 않은 이들 가족의 좌충우돌 생존기를 통해 무조건적인 사랑의 보금자리도 아닌, 인생을 얽매는 족쇄도 아닌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찌질하지만 구차하지 않고, 애틋하지만 질척거리지 않는, 개성 만점의 톡톡 튀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가상의 전염병이 불러온 대재난을 인터뷰라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풀어낸 소설 『세계 대전 Z』.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미국 인터넷 서점 Amazon.com의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전 세계 10여 개국에 판권이 판매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이다.
미국 서점에서 하나의 독립 장르로 구분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좀비 장르이면서도, 재난에 대처하는 인류의 생존 보고서 형식을 띠고 있는 『세계 대전 Z』는 정치, 군사, 국제 관계, 구조 등에 관한 전문 지식을 밑바탕으로 현장감 넘치는 묘사와 흡인력 있는 구성을 지니고 있다. 저자 맥스 브룩스는 다큐멘터리의 특수성을 살려 국가 권력자와 군부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위기의 순간에 다양한 인간군상을 등장시킨다.
배우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영화 판권을 놓고 대립했을 만큼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기도 하였으며, 현재 브래드 피트에 의해 영화화되고 있다.
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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