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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지각 '눈물의 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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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임대주택·진주시 입주민 합동결혼식 '행복한 동행' 가보니
다문화 가정 등 애절한 사연 가진 이들의 웃음과 감동 울려퍼져

13년 지각 '눈물의 웨딩'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행복한 동행'이라는 입주민 합동결혼식에서 김수삼 LH연구원장(오른쪽 첫번째)이 주례사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그동안 애틋한 사연으로 결혼식을 하지 못하고 살아온 15쌍의 부부가 웨딩마치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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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13년 만의 결혼식입니다. 아, 울면 화장 지워지는데…. (눈물을 훔치며)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네 아이의 어머니가 조용하지만 쉴새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올해로 32세. 중국인이었던 이진옥씨는 꽃다운 나이 19살에 중국서 통역 일을 하다 만난 남편 손성기(48세)씨를 따라 한국에 왔다. 함께 산지 13년 만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셈이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행복하다며 울었다. 낯선 타향에서 받아온 설움과 남편에 대한 원망 등이 함께 뒤섞인 듯 했다. 그러면서도 좋지 않은 감정은 봄 눈 녹듯 사라진 것도 같았다.


31일 오후 2시 첫째 딸과 둘째 아들이 화동으로 등장하면서 손성기ㆍ이진옥씨의 결혼식은 시작됐다. 바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전해 갈 경남 진주시에서 가진 '행복한 동행' 합동결혼식에서다. 이 자리에는 이들의 애틋함에 뒤지지 않는 다양한 사정으로 결혼식을 하지 못하고 살아온 LH 임대주택 입주민과 진주지역 주민 등 15쌍이 함께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이들부터 장애인, 다문화 부부 등이 주인공이었다.

13년 지각 '눈물의 웨딩' "우리 이쁘죠?" 식이 시작되기 전 대기하는 신부들의 얼굴에는 설레임과 긴장감이 깃들어 있다.

그 중에서도 서로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다는 주준현(35세)ㆍ박소은(36세)씨 부부는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반신 마비로 1급 장애인이 된 박씨가 휠체어를 타고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우렁찬 박수가 터져나왔다. 화상으로 두 손을 다쳐 2급 장애를 가진 남편도 함께 웃으며 박수를 쳤다. 박씨는 "시댁의 반대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며 "21개월 된 아들이 조금 더 크기 전에 결혼사진을 벽에 걸어 놓고 싶다. 연로하신 친정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주례를 맡은 김수삼 LH연구원장은 늦깎기 부부들과 하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주례사로 분위기를 더욱 숙연케 했다. 김 원장은 15쌍 부부의 이름을 찬찬히 하나씩 부르며 "오늘은 열심히 살아온 여러분들에 대한 보상이자 당당한 권리임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여러 사정으로 남보다 늦게 식을 올리게 됐지만 기다린 시간만큼 더 많은 축복을 받는 뜻깊은 결혼식이 될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워주기도 했다. 김 원장은 "LH가 새로 둥지를 틀 진주에서 신랑ㆍ신부들과 함께 축복받는 새출발을 하게 됨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연이 많은 부부들이었지만 간간이 환한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신부와 친구들의 축하공연, 주인공 부부와 가족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프로그램이 뒷받침됐다. 조용히 웃음만 짓고 있었던 신부들은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가 울려퍼지자 베트남 신부 레티미항(23세)씨를 선두로 집단으로 말춤을 추며 분위기를 돋웠다. 몇차례 결혼식에서 보여주기 위해 말춤을 연습했다고 LH 관계자는 귀띔했다.


결혼식을 찾은 하객들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하객으로 참석한 장애인 사격선수 이성철(42세)씨는 "당사자나 참석자에게 불쾌감을 선사한 게 아니고 감동이 있는 결혼식이어서 의미가 깊은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혁복(60세)씨는 "일반적인 합동결혼식과 달리 격이 다르다"며 "감동과 재미가 함께 해 한 편의 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날 결혼한 15쌍의 부부에게 LH는 결혼선물로 예물반지 등을 제공했으며 2박3일간 제주도 신혼여행을 보내줬다. 장재욱 LH 사회공헌단장은 "합동결혼식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며 "2004년부터 주선한 합동결혼식 참석자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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