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위해 남는다더니 뒤에선 세금 협상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전남 목포의 마지막 향토기업을 자처하는 행남자기(대표 김유석)의 '이중 플레이'가 구설수에 올랐다.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목포시에 남겠다더니 한편으로는 여전히 목포시에 무리한 세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행남자기는 최근 목포시 상동을 떠나 연산동(식품공장 부지)으로 본사와 공장을 옮긴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6월 광주지역 건설업체인 광신주택과 상동 본사 및 공장 부지 2만5580㎡(약 7737평)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따른 조치다. 매각 금액은 145억원. "그동안 경기 여주 공장으로의 이전을 검토해왔으나 목포공장 직원의 고용 유지와 시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그러나 행남자기가 여전히 시와 지원금을 놓고 줄다리기 협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시에 남겠다던 이유는 궁색한 변명일 뿐 되레 세금 지원에 목을 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 행남자기가 요구하는 지원금은 시나브로 반토막이 나고 있다.
목포시 투자통상과 관계자는 "행남자기의 본사 목포 존치 방침과 별개로 지원금 협상이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다"면서 "처음엔 145억원을 요구했다가 70억원, 그리고 최근엔 36억원을 지원해달라며 금액을 줄이고 있으나 여전히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애초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해놓고 상황이 여의치 않자 슬쩍 뒷걸음질 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행남자기가 시에 요구했던 145억원은 이 회사의 순자산가치(장부가치, 30일 기준) 283억원의 51.2%나 된다. 시에서 이 돈으로 행남자기 주식을 전액 매입하면 63.87%가 돼 최대주주로 등극, 회사를 통째로 인수할 수 있을 정도다. 30일 기준 시가총액은 227억원, 금액으로 환산한 최대주주 지분(58.80%)은 133억원 어치다.
당장 11월부터 철거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협상 기일이 촉박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광신주택과의 계약에 따라 행남자기는 12월 27일 본사를 비워줘야 한다. 일각에선 세금으로 부채를 갚으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6월 말 기준 행남자기의 빚은 292억원으로 이 기간 거둬들인 매출(241억원) 보다 많다.
시 관계자는 "(최종 결정이라고 말하지만) 행남자기가 목포에 남겠다고 한 방침을 다시 철회하면 그만 아니겠냐"면서 "고용 효과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행남자기를 지원하려는 것이 시의 입장이지만 시 재정 상태도 좋지 않은데 행남자기가 너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어 의견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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