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관련 교수 8명 성명 "벤조피렌 문제, 식약청 대처 잘못"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차라리 국민들에게 치킨과 팝콘 등 튀김류에 대한 금지령을 내려라." "하루에 라면 2만개 이상을 먹어야 생선구이를 먹는 것과 같다. 그럼 생선구이도 먹지 말아야 하냐."
국·내외 리콜사태를 불러온 농심의 발암물질(벤조피렌) 파동과 관련해 식품 전문가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던졌다. 벤조피렌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성급한 판단이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30일 학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치킨과 팝콘 등 튀김에 들어 있는 벤조피렌 양은 0.3㎍, 생선구이는 0.1~0.3㎍, 삼겹살과 참기름은 0.08㎍ 정도로 추정된다. 식약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의 하루 벤조피렌 섭취량은 0.08㎍으로 이번 파동에 문제가 된 라면에는 0.000005㎍가 검출됐다.
하상도 중앙대 교수는 "기름, 단백질, 불이 만나면 벤조피렌이 생긴다"며 "라면이 문제라면 치킨, 팝콘, 생선구이, 삼겹살은 모두 먹지 말아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는 "국내에서는 훈제건조어육인 가쓰오부시에만 벤조피렌 기준(10ppb)이 있고 다른 식품에는 없다. 이 말은 그 이하로 벤조피렌이 검출되면 안전하다는 소리"라며 "어떤 식품이던 절대적으로 안전한 것은 없다. 단지 유해물질이 있다해도 인체에 들어가서 문제가 발생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어 "대만과 중국 등에서도 자체 검사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혀졌는데 이는 나라 망신을 자초한 것"이라며 "식약청의 회수조치가 국가 위신을 떨어뜨리고 국민 불안을 키웠다"고 질타했다.
오덕환 강원대 교수도 "유해물질 중에는 리스테리아처럼 식품에서 절대 나오면 안되는 식중독균이 있지만 반면 기준선 아래로 관리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벤조피렌 같은 물질도 있다"며 "이번 파동은 이를 혼동해서 빚어진 소동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울대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식품안전 관련 교수 8명으로 구성된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은 성명을 내고 "라면 수프에 소량 함유된 벤조피렌은 과학적 위해성평가 결과 건강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다"며 "라면에서 검출된 벤조피렌은 발암물질이지만 하루 평균 삼겹살로부터 섭취하는 양 보다 훨씬 적으며 인체에 해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식품안전연구원은 이어 "가쓰오부시의 벤조피렌 검출과 관련해 식약청의 조치를 살펴보면 국회 대정부 질의 후 회수 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아쉬운 점"이라며 "문제의 제품에 대한 위해성을 과학적으로 재검토 한 후 결정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라면 등 가공식품에 별도의 벤조피렌 기준치를 설정하는 국가가 없는 실정에서 국내 일부 라면 제품의 회수에 나선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기존 조치와 배치되는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이번 결정이 오류라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 바로 된 순서라는 설명이다. 식품안전연구원장인 이형주 서울대 교수는 "국가 식품안전 전문기관으로서의 식약청의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해 과학적 위해평가에 근거한 일관성 있고 전문적인 관리행정을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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