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라는 데드라인은 정해졌지만 단일화 드라마의 전개방식과 결말은 한치앞을 내다 볼수 없다.
단일화의 시기와 방식을 둘러싼 양 측간의 치열한 공방전, 여기에 범야권과 시민사회진영의 단일화 촉구와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견제라는 다양한 변수들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단일화의 1차 관문을 넘어도 2차 관문에는 박 후보가 버티고 있어 현재로서는 단일화가 정권교체의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文 다급 安느긋 =문재인-안철후 두 후보의 마음은 다르다. 문 후보는 다급하고 안 후보는 느긋하다. 문 후보측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정상적인 단일화를 하려면 이번주 탐색전을 하다 다음주부터 본격화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안 후보측은 11월 초까지는 단일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는 자제한다는 입장이다. 경제민주화 일자리 가계부채 등의 공약에 추가로 통일ㆍ외교ㆍ안보, 교육 등 굵직한 공약 발표가 남아있어서다. 단일화 이슈에 안 후보의 정책행보가 빛이 바랠 수 있어서다. 안 후보는 단일화와 정책행보의 투트랙을 병행하되 단일화에 대해서는 문 후보측의 정치쇄신의 결과물을 보고 판단하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가 이번 주에 민생행보를 이어가는 것과 달리 문 후보는 29일 민주당 의총에 참석해 자신의 정치개혁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종합한 뒤 30일에는 새로운정치위원회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해 정치핵심 현안에 대한 입장을 조율한다.
◆단일화방식 文 3안 4원칙 제시.. 安 아직=민주당은 단일화 방식에 대해 여론조사와 TV 토론 뒤 패널조사, 모바일과 현장 투표 방식을 제시하면서 이 중에 한두 가지 안을 택하자는 입장이다. 여기에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단일화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첫 번째 원칙을 시작으로 정책을 고리로 한 가치연합, 대중적 방식의 경선 실시, 그리고 단일후보는 당적을 갖고 출마하자는 원칙을 내놓았다. 그러나 안 후보측은 어느 것 하나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vs 안철수의 싸움=여론조사, 모바일투표, TV토론의 결합은 조국 서울대 교수가 제안한 틀이다. 여론조사로 보면 대선다자구도,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모두 안 후보가 문 후보보다 우위에 있다. TV토론에서는 문-안 두 후보가 박빙이라고 하면 모바일투표가 관건이다. 문 후보는 전국조직을 갖춘 민주당을 배경에 두고 있는 데 반해 안 후보는 여야와 무당파 지지층이다. 조직력이 발휘되면 문 후보가 우위에 설수 있다.
안 후보로서는 이런 단일화 방식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구나 안 후보가 무소속이고 현역의원 1명을 보유했지만 캠프규모가 이미 기존 정당 수준에 버금가게 확장돼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세력간에 흡수냐 통합이냐의 힘 겨루기가 된다. 단일화의 대진표는 정당소속과 무소속이라는 점에서 문-안 단일화가 아닌 민주당-안철수 후보간의 단일화 구도가 된다. 문 후보로 단일화된다면 안 후보의 캠프가 민주당과 합류하게 되지만 사실상 흡수형태를 띨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정책과 공약을 대부분 채택하나 안 후보를 지지한 반(反) 새누리, 반(反)민주당, 2030세대가 문 후보 지지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안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에는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두 캠프가 통합되는 형식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문-안 두 후보의 공약을 조율해 야권 단일화 공약으로 내걸 가능성이 높고 민주당과 안 후보 지지율을 결집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단일화에 대한 반감과 안후보의 검증되지 않는 리더십에 불안감이 작용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도 예상된다.
민주당 김한길 최고위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각종 여론조사를 냉정히 보면 단일화가 성사된다 해도 지금으로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기기 쉽지 않다"면서 "한쪽의 승리가 확실히 담보되는 방법으로는 협상 타결이 안 된다"며 "상대를 무찌르고 이기는 방식으로는 본선에서 이기기 어렵다. 서로가 신뢰를 바탕으로 섬세하고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단일화가 되더라도 이기는 쪽이 패배하는 쪽의 이탈표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면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경계감도 커지고 잇다. 대선후 창당이나 DJP연대와 같이 치킨게임의 형태가 이날 '가치연합'에 터를 잡은 세력통합을 통해 집권 후 공동정부 구상에 대한 합의 수준으로까지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양측의 세력 통합이 이뤄진다면 대선의 목전에서 야권발 정계개편이 현실화되면서 정치지형이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朴 대통합행보 보수대연합 맞대응=야권 단일화를 바라보는 박 후보로서는 3자 구도를 최선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단 단일화를 평가절하하고 이 이슈를 흔들기 위해 국민 대통합을 모토로 한 보수층 결집 행보도 향후 정국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이미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선대위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에 영입했고, 충청권 기반인 선진통일당을 흡수 합당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기무사령관을 지낸 허평환 국민행복당 대표의 입당도 이끌어 냈다. 당 일각에서는 아젠다 선정에서 밀리는 듯한 어려운 상황의 타개를 위해 박 후보가 '개헌 카드'를 꺼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의제를 야권 후보에게 넘겨줄 경우 뒷감당이 힘들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 판세로는 18대 대선은 역대 대선 사상 가장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면서 대선 당일 투표율이 승부를 가를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50∼60대는 박 후보, 20∼30대는 문-안 후보로의 쏠림 현상이 뚜렷해 누가 자신의 지지층을 더 많이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가 대선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호 기자 gungh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