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50여일 앞두고 박 지지율 끌어올리기 급급
지분조정명령제·토빈세 등 캠프 내 협의조차 안 된 정책 수두룩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가 29일 지분조정명령제와 토빈세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박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제민주화에 목을 매는 모양새다. 다만 추진여부가 불확실한 경제정책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 경제민주화추진단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이날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지분조정명령제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벌의 부당 이득 편취행위가 적발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계열사의 지분 축소 또는 소각을 명령하는 제도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계열분리명령제 공약에 대응하는 카드로 풀이된다.
행복추진위 산하 힘찬경제추진단에서는 국제 투기자본을 제어하기 위해 '토빈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광두 추진단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투기자본이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에서 각국 외환시장이 불안해지고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는다"며 토빈세 검토 사실을 알렸다. 토빈세란 국제적 투기자본을 막기 위해 단기 외환 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토빈 교수가 1978년 제안한 정책이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이 박 후보의 대선공약으로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당내 일각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의 반응도 시원찮아서다. 김 위원장은 앞서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시장에 대한 파급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또 토빈세 도입에 대해선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 투기자본이 계속 들어오는 것은 아니어서 토빈세가 실효를 거둘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부정적 뜻을 내비쳤다.
공약 남발과 이로 인한 혼란은 이번만의 일이 아니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조세부담율이 21%까지 갈 수 있다"며 부가세 인상을 발언했지만, 하루 만에 "현재로선 세율 인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뒤집었다. 24일에는 캠프에서 경제활성화 등을 위해 10조원의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알려졌지만, 김 위원장은 반나절 만에 기자회견을 자청해 부인했다.
새누리당의 경제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시장이 큰 혼란을 겪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 유력주자의 경제정책은 시장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최용호 금융시장분석과 과장은 "투기적 수요가 많은 시장에서 (토빈세와 같은) 금융거래세가 도입되면 안정적인 성향의 기관투자자는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시장을 떠나고 투기 성향이 많은 개인 투자자만 남게 될 수 있다"며 "그들은 거래세 만큼의 이익을 더 얻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시장이 더 혼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후보 캠프에서는 세종시에 서울대 공대와 자연대 등 이공계 일부 단과대를 이전하고 서울대병원 분원(分院)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추진 여부는 불확실하다. 김 위원장과 나성린 의원 등이 긍정적이지만 진영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상당수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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