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심 르포 ··· 朴- 文 安 세대 균열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남편은 문재인 뽑아야 된다카는데, 나는 박근혜가 좋아서...이번에 그냥 각자 지 갈길 가기로 했어요."
28일 부산 동래구에서 만난 한 시민의 말이다. 12월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부산 시민들은 '누구를 뽑을지' 고민에 빠졌다. '부산=새누리당 표밭'이라는 등식이 무너지면서 일찌감치 지지 후보를 결정하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기자가 지난 주말 부산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반응도 이런 흐름을 반영했다. 또 부산의 5060세대는 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2040세대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선호하면서 세대간의 균열이 여실히 나타났다.
우선 2040세대 다수는 박 후보에 대한 이질감을 바탕에 깔고 야권 후보를 지지했다. 대기업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일하는 최모(남·37·남구)씨는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 중에는 안 후보 지지자가 많다"며 "박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과, 문 후보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차별점이 없어 보인다. '실정(失政)을 반복할 것 같다'는 점에서 신뢰가 안간다"고 평가했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남기량(남·40·동래구)씨는 "안 후보가 생각은 이상적인데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없다"며 "문 후보는 옆에 있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는데,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주부 임모(여·39·동래구)씨는 "또래들 중 박 후보를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외롭다"며 "최근에는 남편이 문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설득해와 정중히 거절했다"며 웃었다.
50대 주부 이모(여·54·동래구)씨는 젊은이들의 이 같은 인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씨는 "문·안 후보는 안보관에 문제가 있어 보이더라"며 "박 후보가 꼭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모(남·63·사하구)씨도 "문재인은 빨갱이고 안철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지익(남·56·남구)씨는 "문 후보는 예전에 노 전 대통령이 부산시장 출마를 제안했을 때 거절하더니 올해 총선에서는 '될 만한' 사상구에 나가 당선됐다"며 "기회주의자 이미지가 강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씨는 "박 후보는 살아온 길이나 정치 하면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 신념이 있고 소신을 펼칠 힘과 리더십도 있어 보인다"며 박 후보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와 다르게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기성세대도 간혹 눈에 띄었다. 김모(여·54·북구)씨는 "새누리당이 집권하는 동안 사회가 너무 우(右)쪽으로 치우쳤다"며 "그렇다고 부산에 뭔가 혜택이 돌아온 것도 아닌데 계속 (새누리당을) 지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도 세대별 반응에 온도차가 있었다. 젊은 층은 관심을 보이는 반면 기성세대는 다소 심드렁했다.
대학원생 김원규씨(남·32·사상구)는 "정당 기반이 있는 문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나 대통령으로 더 적합해 보인다"면서도 "(두 후보 중 누구를 뽑을지) 결정은 끝까지 보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부 김남순(여·53·남구)씨는 "단일화 필요성에 대해선 잘 모르겠고 결국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금정구에 사는 장모(남·62)씨는 "새누리당 지지자로서 사실 단일화에 큰 관심이 없다"며 "단일화를 해도 (단일 후보가) 박 후보를 견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지난 28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10월 넷째 주 여론조사(22~26일 전국 성인 1561명 대상 조사, 휴대전화 임의걸기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결과는 PK(부산·경남)지역 민심이 안갯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3자 구도를 보면 박 후보가 44%, 문 후보가 20%, 안 후보가 22%의 지지율을 얻었다. 박 후보는 이 지역에서 지난달 평균 50% 지지율을 유지하다 이달 들어 셋째 주 45%, 넷째 주 44%로 떨어졌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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