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문재인이냐 안철수냐. 본격화된 단일화 논의는 야권뿐 아니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누구로 단일화되느냐에 따라 대응 방식이나 검증 프레임 구축의 방향이 달라진다.
박 후보 측은 일단 안 후보를 더 어렵고 가능성 높은 상대로 여기는 듯하다. 박 후보 대선 캠프의 핵심 실무자는 최근 기자와 사석에서 만나 "본래 문 후보로 예상하는 시각이 컸는데 지금은 안 후보 쪽으로 당내의 예측이 쏠려있다"고 밝혔다.
박 후보의 주요 기자회견 때 자문 단계에서 회견문 작성까지 대부분의 과정에 의견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한 정치학 교수는 "둘 중 한 사람으로 단일화 되는 경우를 가정한 보고서가 속속 올라가는데 안 후보를 상정한 경우가 내용이 더 많고 가설도 복잡하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대선 실무자들은 야권 지지자들의 여론 추이에 문 후보나 안 후보 개인에 대한 호불호보다는 누가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느냐에 대한 기대가 더 많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안 후보가 박 후보와의 양자 가상대결에서 작게는 2~3%포인트, 크게는 10%포인트 가까이 꾸준한 우위를 보이는 게 단일화 결과와 연결될 것이란 설명이다.
문ㆍ안 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질문은 '둘 중 누가 단일후보가 돼야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보는가' '박 후보와 경쟁할 단일후보로 둘 중 누구를 더 지지하는가' 정도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2002년 노무현ㆍ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방식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문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현재의 'NLL과 노무현 정권' 프레임을 유지하며 전선을 짤 수 있어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지금껏 짜놓은 틀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반면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이런 전략은 사실상 쓸모가 없어진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그간 잇따랐던 의혹과 악재에도 별로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으로서는 안 후보 개인에 대한 네거티브도 크게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 경우 새누리당은 '단일화에 따른 책임정치의 실종'이라는 틈을 파고들어 단일화의 의미 자체를 깎아내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의 공과를 떠안은 '문재인'이라는 타겟을 잃는 대신, '타게팅 할 여지조차 없애는 무책임한 행태'로 단일화를 규정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사실 단일화라는 것은 이름을 붙이기 나름"이라며 "결국 이기기 위해서 한 명 사퇴시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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