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삼성의 중심타선에 신바람이 불었다. 전날 이승엽의 투런 홈런에 이어 지난 시즌 홈런왕 최형우마저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그 사이 삼성은 2연승을 질주, 한국시리즈 우승에 2승만을 남겨놓았다.
삼성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에이스 장원삼의 6이닝 1실점 호투와 최형우의 만루 홈런을 앞세워 8-3으로 승리했다. 안방에서 내리 2연승을 거두며 인천 원정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게 됐다.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릴 확률은 크게 높아졌다. 역대 1, 2차전 연승 팀의 우승 확률은 무려 93.3%. 순조로운 분위기를 유지하며 내리 4연승을 거두겠다는 각오다. 반대로 6.7%의 확률을 돌파해야 하는 SK는 정근우를 제외한 타선이 심각한 가뭄을 겪어 난국을 극복할 해결책 마련에 더욱 고심하게 됐다.
승부는 3회 두 방으로 갈렸다. 삼성은 조동찬, 진갑용의 연속 안타와 김상수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 3루에서 배영섭이 상대 선발투수 마리오 산티아고를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때려 2-0으로 앞서나갔다. 이후에도 공세는 계속됐다. 삼성은 다음 타자 정형식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이승엽과 박석민이 연속 볼넷으로 출루, 이내 2사 만루의 득점 찬스를 잡았다. 1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친 최형우는 흔들리던 마리오의 빈틈을 공략했다. 날아든 시속 124km짜리 높은 체인지업에 그대로 풀 스윙,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비거리 120m)으로 연결했다. 역대 한국시리즈 세 번째이자 포스트시즌 열한 번째 만루 홈런이었다.
1회 1안타 2볼넷을 내주며 동요한 장원삼은 순식간에 6점을 뽑은 타선의 도움에 이내 에이스다운 면모를 발휘해갔다. 2회부터 5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선보이며 상대 타선을 철저하게 틀어막았다. 선두타자 정근우에게 솔로 홈런을 내준 6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후속 타선을 삼진 등으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6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한 장원삼은 결국 그토록 바라던 생애 첫 한국시리즈 승리투수가 됐다.
삼성은 7회 배영섭과 박석민이 적시타를 치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장원삼이 떠난 마운드를 브라이언 고든, 정현욱, 차우찬 등에게 차례로 맡겨 필승계투조를 아끼는 소득도 거뒀다. 반면 SK는 8회 상대 구원투수 정현욱을 상대로 2점을 뽑았지만 최정, 이재원, 김강민, 박정권 등으로 구성된 중심타선이 2안타를 때리는데 그치며 2연패의 쓴잔을 마셨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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