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내년 졸업식까지 총장직 유지 결정…교수협, “물리적 충돌 날 수도”, 총학, “총장실 점거”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내년 2월23일 총장직에서 물러난다.
카이스트 이사회(이사장 오명)는 25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제219회 KAIST 임시이사회를 열고 내년 2월23일자로 서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오명 이사장은 “내년 2월22일 카이스트 졸업식이 끝난 다음날 23일 서 총장이 사임한다”며 “서 총장이 자필로 23일자 사표를 다시 써서 냈고, 이사회에서 이를 가결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서 총장의 퇴임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었다.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가 서 총장의 즉각퇴임을 요구해왔고 서 총장도 이달 20일 물러나겠다는 사임서를 오 이사장에게 넘겨줬기 때문이다. 다만 때가 언제가 될 것이냐가 관심이었다.
서 총장은 지난 17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3월 총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18일 열린 총장자문회의(PAC)에서도 “내년 3월 저는 보스턴으로 떠난다”고 말했다.
25일 임시이사회는 서 총장의 퇴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오 이사장은 잠시 쉬는 시간 기자들과 만나 “총장이 쓴 사임서가 어떻게 무효가 되느냐”고 말해 서 총장퇴임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5시간 가까이 논의한 끝에 이사회는 서 총장의 요구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서 총장이 2월23일자로 사임서를 다시 써 내는 타협안을 만들었다.
이사회와 서 총장의 합의는 당장 교수협의회와 학부총학생회의 반발을 사게 됐다.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가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밝혔다.
교수협의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23일 이사들에게 편지를 보내 “반드시 서 총장을 퇴진시켜주실 것을 거듭 요청드린다”며 “불행한 물리적 충돌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교수협의회는 이어 “이사회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출근저지나 항의방문 등 적극적인 행동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교수들이 행동에 나서는 것은 개교 이래 2번째다. 지난 5월8일 학내 거리행진을 벌인 후 5개월 만이다.
학부총학생회는 총장실 점거를 예고했다. 학부총학생회는 “이번 이사회에서 서 총장의 거취가 반드시 정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열린 전학대회에선 ‘총장퇴진 없으면 총장실 점거’ 안건이 재석인원 27명 중 찬성 25명, 반대 0명, 기권 2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결국 이사회에서 서 총장의 내년 2월 퇴임결정은 학교혼란을 풀어내기보다 학내 구성원간 갈등을 더 키우는 모양새가 됐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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