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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기, 獨하원서 연설.. "국채매입, 인플레 위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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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의원들과 2시간 가까이 설전.. "남유럽의 프로이센인"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총재가 ‘호랑이굴’에 걸어 들어갔다. ECB의 국채매입프로그램(OMT)에 강하게 반대해 온 독일을 방문한 드라기 총재는 2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연방하원(분데슈타크)에서 연설을 통해 ECB의 국채매입 방침을 적극 방어했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시종 온화한 어조를 유지하며 독일 의회를 설득하려 애썼다. “유로존 경제, ECB, 그리고 유럽의 장기전망에 대한 여러분의 고견을 청취코자 이 자리에 섰다”는 인사말로 연설을 시작한 드라기 총재는 크게 세 가지를 주장했다. 첫째는 국채매입프로그램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는 점, 둘째는 ECB와 유로존 각국간 재정 관련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 셋째는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인플레이션은 큰 위험이 아니며 오히려 일부 국가의 디플레이션 위험이 더 크다는 점이었다.

드라기 총재는 “ECB의 새 국채매입프로그램이 물가상승을 유발시킬 우려는 없다”면서 “오히려 일부 국가에서의 지나친 물가 하락이 더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가 유로존 내 가계·기업들의 조달금리도 낮추도록 유도해야 하지만 유로존 붕괴 우려 등이 이를 막고 있으며, 국채매입프로그램은 시장의 공포를 해소해 이같은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ECB는 지난 9월 무제한 유로존 국채매입프로그램에 나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실제 매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드라기 총재는 “국채매입프로그램은 유로존 물가안정이란 ECB 정책목표에 오히려 부합하는 것이며 필수적인 조치”라면서 “유로존 국민들의 세금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동안 독일은 ECB가 중앙은행으로서의 책무 이상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며 국채매입프로그램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는 “ECB 국채매입은 돈을 찍어내 각국 정부에 공급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날 드라기 총재는 독일 하원의원들과 질의응답에 2시간 가까이를 할애했다.


독일 의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ECB 국채매입을 지지하는 하원예산위원회의 노르베르트 바르텔레 기민당 의원은 “드라기 총재가 매우 인상적인 방법으로 독일 대중들의 인플레 공포가 근거없는 것임을 보여줬다”면서 그를 ‘남유럽에서 온 프로이센인’이라고 추켜세웠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보수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자유민주당(FDP)의 프랑크 섀플러 의원은 “드라기 총재는 취임 전까지 ‘인플레 파이터’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매의 깃털을 뒤집어 쓴 비둘기’와 같다”며 비판했다


자민당 소속 오토 프릭케 의원은 “드라기 총재가 많은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면서 “그가 모든 이들을 설득할 수는 없을 지라도 국채매입이 인플레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여지는 남겼다”고 평가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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