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컴퓨터시장인 중국에 진출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는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77%에 이르는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때문이다. MS가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한 가장 큰 숙제는 바로 해적판 문제의 해결이다.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T업계 애널리스트들은 MS가 윈도8·서피스의 1차 출시국에 중국을 넣은 것은 핵심 시장인 중국의 불법복제 문제를 일소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영국 IT컨설팅업체 오붐(OVUM)의 애덤 리치 애널리스트는 “출시 일정을 지체하지 않기로 한 것은 MS가 중국을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MS의 새 운영체제(OS) 윈도8과 자체 브랜드 하드웨어 ‘서피스’ 태블릿은 태블릿 시장을 장악한 애플의 iOS·아이패드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제품들에 대한 ‘반격’ 선언과 같다. MS는 서피스의 판매를 오는 26일부터 시작하며 사전예약이 가능한 국가는 호주·캐나다·중국·프랑스·독일·홍콩·영국·미국의 8개 나라다.
MS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곳은 다름아닌 중국 상하이였다. MS는 23일 상하이 ‘1933 라오창팡(老場坊)’에서 출시기념 행사를 열고 태블릿 서피스와 윈도8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스티브 시노프스키 윈도사업부 수석부사장이 직접 중국어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윈도8과 서피스는 26일부터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인 쑤닝(蘇寧)의 온·오프라인 매장과 MS 온라인스토어를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서피스의 중국 판매가격은 32기가 모델이 3688위안(약 65만원)으로 애플 아이패드보다 저렴하다.
MS가 처음 중국에 진출한 것은 지난 1992년이다. 그러나 윈도 등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워낙 만연해 제대로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 지난 5월에 나온 비즈니스소프트웨어얼라이언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불법복제 시장 규모는 90억달러에 이른다. MS의 사무용소프트웨어패키지 ‘오피스’의 경우 정식 판매가격이 398위안(약 7만원)이지만 약 2000원 정도면 복제품을 살 수 있다.
오랫동안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하자 MS는 몇 년 전부터 중국 정부로 하여금 각 기관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정품으로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점차 정품 사용이 늘고 있지만 MS에 가시적인 수익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중국이 워낙 땅덩어리가 넓어 기관이나 국영기업 수도 엄청나고, 또 해적판 소프트웨어 대신 중국 기업이 윈도를 변형해 만든 중국판 OS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외에 MS의 다른 사업분야인 엑스박스(XBOX) 게임 콘솔이나 검색엔진 ‘빙’ 등도 중국에서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윈도폰은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 OS 기반 제품군에 완전히 밀려나다시피 했다. 태블릿 시장에서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때문에 MS는 윈도8과 일체화된 태블릿 ‘서피스’에 사운을 걸고 있다. 태블릿의 경우 OS를 별도로 설치하는 PC와 완전히 다른 사용환경이기에 PC시장의 쇠퇴와 태블릿의 확산은 오히려 MS같은 OS개발사 입장에서 반전을 노릴 기회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애플리케이션을 늘리기 위해 텐센트·시나·PPTV 등 중국 개발사들과 서피스용 앱을 내놓도록 적극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해 왔다. 이미 막강한 앱 마켓을 구축한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 등에 대항하려면 MS만의 앱 마켓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MS의 윈도우 앱 스토어는 적어도 중국에서만큼은 두 번째로 많은 앱 수를 확보하고 있다.
애널리시스인터내셔널의 리옌옌 애널리스트는 “중국 소비자들은 해외 브랜드에 호감이 높지만 가격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면서 “MS가 소프트웨어 시장의 지배력을 태블릿 시장에서도 이어가려면 무엇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승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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