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오가 종이판과 '회화'를 위해 선택한 이미지는 특이하고 도발적이다. 팝과 키치(kitsch)사이 어디에선가 유보된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워홀의 60년대 작인 네 개의 꽃 판화를 기반으로 한 이승오의 작품은 반 고흐의 최고작인 아이리스나 해바라기와 비교될 수 있다. 이 주제로 수많은 버전을 제작한 이승오는 두 이미지에 대한 강한 헌신을 보여주었다. 미술사가들이 워홀을 미국 팝 아티스트로 규명한 사실이 있기에 반 고흐를 상징주의화가 혹은 후기인상파로 보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를 통해 이러한 작품이미지가 매우 자주 노출이 되어서 마치 클리셰(cliche)나 키치 같은 느낌을 주게 되지만, 이승오의 비옥한 작가성에서 나오는 많은 작업들을 막을 수는 없다.
컬렉터들이 친근한 이미지에 대한 구매행위를 한다는 것은 미술시장에 있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경향은 친근한 이미지가 실제작품보다 더욱 중요한 시장의 성향을 암시한다. 이승오에게 꽃 이미지는 - 그것의 근원이 워홀이든 반 고흐이든 - 조정된 생산구조로 부터의 만들어진 순전한 상징이며, 미술에 대한 작가의 정의에 따라 선택되고 수정된 산물이다. 현대미술의 이러한 전략을 둘러싼 담론들은, 리차드 프린스, 셰리 르바인, 앨런 맥칼럼 등을 다루며 이미 70년대 말 뉴욕에서 시작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미지와 관계에 의해 작동하던 시장을 해체하는 것과 이념적 한도를 검증하는 것이었다. 주제(꽃)의 '순수성' 이면에, 이러한 개념이 그 수용의 한도가 문화적으로 다른 한국의 미술세계로 진입하기 이전부터 유효했다고 예측할 수 있으며 전 지구적인 성향 역시 그러했다.
이승오의 작업을 통해 말하는‘팝 수정주의’는 현재의 한국미술의 상황에서 이해되는 팝아트의 인식, 그리고 지속적으로 수정되는 현상을 이해하고자 함이다.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와 같이 팝아트로 규정된 것이 오늘날 키치(kitsch)와 클리셰(cliche)로 재평가되고 있다. 그 와중에, 이승오의 세련된 종이작업의 화면에서 주는 친근함은 마케팅에 상업적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나아가 그의 예술세계가 지닌 가치와 의미가 더욱 중요한 이슈로 나아가는 첩경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이승오의 관심을 인지할 수 있으며 작가는 지속적으로 그 아이디어와 함께 전진하고 있다.
◇글=로버트 모간 박사(Robert C. Morgan, Ph.D)는 로체스터공과대학교(R.I.T)의 미술사 명예교수이다. 화가, 큐레이터, 국제비평가, 강연자 등 전방위로 활동 중이며, 특히 한국 미술가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집필하고 있다.
미술인 이승오(Lee Seung-oh) 작가는 중앙대 예술대학 회화학과 및 일반대학원 서양화학과 졸업했으며 갤러리 K, 관훈갤러리, 토탈미술관 등의 개인전과 신소장품전(국립현대미술관)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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