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김광현(SK)은 피곤했다. 6일 만에 오른 마운드는 한겨울. 한 차례 당했던 상대도 호락하지 않았다. 결국 2회를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다.
김광현은 2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플레이오프 5차전에 선발 등판, 1.2이닝 동안 3실점(3자책)하며 조기 강판됐다. 1회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고개를 숙였다. 2루 악송구와 1루 커버 미스까지 범했다.
컨디션은 1차전과 같지 않았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1회 커브와 직구로 김주찬과 조성환을 각각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문제는 다음 타자 손아섭. 7구 승부 끝에 우전안타를 내줬다. 이후 제구는 급격하게 흔들렸다. 홍성흔을 7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후속 전준우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강민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겼지만 1회 던진 공은 무려 31개였다.
문제는 제구에 있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8km를 찍었을 만큼 구위는 1차전과 거의 흡사했다. 김광현은 1차전에서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솎아내며 1실점으로 호투, 팀의 2-1 승리를 견인한 바 있다. 당시 재미를 본 건 직구-슬라이더 조합. 직구의 제구가 뒷받침되면서 슬라이더의 위력이 배가됐다. 5차전은 달랐다. 오전 내린 가을비로 추위가 찾아온 탓인지 직구는 좀처럼 포수 미트에 제대로 꽂히지 않았다. 결국 볼 카운트 싸움에서 거듭 뒷걸음질을 치게 됐고 롯데 타선에 슬라이더, 커브 등의 변화구를 통타당했다.
난타에 침몰한 건 2회. 김광현은 선두타자 박준서의 안타와 황재균의 번트로 몰린 1사 2루에서 주자를 견제하다 악송구를 저질렀다. 그 사이 3루에 안착한 박준서는 문규현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았다. 자신의 실책으로 실점을 허용한 김광현은 이후 급격하게 흔들렸다. 김주찬에게 중전안타를 내준데 이어 조성환에게 우전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다음 타자 손아섭과의 대결에선 역동적인 투구 폼에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1루수 모창민이 내야 타구 처리를 위해 1루 베이스를 비운 틈을 다소 늦은 스타트로 메우지 못하며 내야안타를 내줬다. 이후 홍성흔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3점째를 내준 김광현은 그대로 마운드를 채병용에게 넘겨줬다.
2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투구 수는 무려 65개. 6이닝을 책임지며 95개를 던진 1차전과 경기 내용은 판이했다. 김광현의 조기 강판으로 SK는 초반부터 불펜을 가동, 다소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가게 됐다. 반면 롯데는 2회에만 3점을 뽑으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청신호를 밝혔다. 앞서 양승호 감독은 “3점만 뽑으면 이길 수 있다”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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