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규제' 대신 '자제' 택한 까닭은? "영양가 없는 소모전에 지쳤다"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대형마트들이 자발적으로 출점을 자제하는 동시에 매장 휴무 역시 자율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지자체의 규제나 정부의 압박을 받기 전에 스스로 자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통 큰' 대형마트들의 결심에는 전통시장 등 중소 유통사와의 상생을 위한다는 것 외에도 '더 이상의 소모전은 불필요하다'는 업계 내 분위기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지식경제부와 업계에 따르면 대·중소 유통업계는 이날 한국기술센터에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주재로 상생 협력 간담회를 갖고 대·중소 유통업계 상생협력에 대해 합의 했다.

체인스토어협회,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대표들과 전국상인연합회,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대표들은 15일까지 '유통산업발전협의회(가칭)'를 발족하고 향후 포괄적인 상생 협력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 협의체를 통해 대형마트들은 SSM의 출점 자제, 자율휴무 등 최근 현안사항에 대한 자율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이번 대형마트들의 '자발적출점제한' 결단은 최근 일요일 강제휴무를 둘러싸고 벌어진 지방자치단체와의 법적 공방에서 대형마트들이 승리해 곳곳에서 정상영업을 하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휴무제를 실시하겠다고 나오고 있는 양상이라 그 배경에 주목된다.

대형마트 강제휴무에 대해서 법원은 조례가 상위법인 유통산업발전법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다며 집행정지 판결을 내렸다. 이에 일부 지자체들은 조례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 규제에 다시 나서겠다는 움직임을 보였, 업계에서는 또다시 이에 맞설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등 지루한 법적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유통산업발전협의체 발족은 이러한 소모전이 결국 대형마트 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법적 싸움에서 대형마트들이 승소해 휴일 정상영업을 할 수 있게 됐지만 내부에서는 좀 더 큰 밑그림에서 볼 때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업계 이미지도 크게 상실되는 등 결국에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보고 한 발짝씩 물러서서 사안을 큰 틀에서 바라보자는 데 입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상생을 위해 자율적으로 합의를 도출했다는데 큰 의미를 두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상생을 위한 최초의 자리라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향후 구체적인 상생 방안을 모색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갈등에서 상생으로 출발하게 되는 그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이전까지는 정작 이해 당사자들끼리는 만나지 못한 채 시민단체 등 제3자가 끼어들면서 정치적인 이슈로 변질되곤 했는데 지경부 중재로 이런 자리가 만들어져서 앞으로는 당사자들끼리 한발씩 양보해 사안을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회의에는 중소 유통업체측에서 재래시장 대표격인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장과 김경배 한국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이 참석했고, 대형마트쪽에서는 한국 체인스토어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최병렬 이마트 사장,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왕효석 홈플러스 사장, 홍재모 GS리테일 대표, 소진세 롯데슈퍼 대표이사, 심재일 이마트 에브리데이 대표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