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잠시 반짝했던 추석 경기에 백화점 매출은 그나마 체면을 유지했지만 대형마트는 역신장을 기록해 희비가 엇갈렸다.
대형마트가 명절 특수를 맞아 매출이 줄어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불황을 반영한 실속 선물세트와 초고가의 명품 세트가 함께 판매가 증가하며 전반적인 양극화를 단적으로 증명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추석 선물세트 판매 실적을 집계한 결과 백화점은 매출이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는 대부분 지난해보다 저조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4일 추석 선물세트 본판매를 시작한 이후 27일까지 매출이 지난해보다 기존점 기준 5.1% 상승했다.
대량 구매를 하는 기업 등 법인 고객이 불황에도 수량을 줄이지 않아 실적이 좋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상품군별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청과 판매가 지난해보다 7% 증가했고, 한우세트도 9% 매출이 늘었다. 더덕과 송이도 20%나 매출이 치솟았다.
반면 건강 관련 제품은 5%, 선어도 11% 판매가 감소했다.
소비 양극화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대표적 실속 상품인 13만원대 '한우 알뜰세트' 판매가 지난해보다 20% 늘어났고, 동시에 '울릉칡소 명품세트'(61만원), '한우지예 명품세트'(55만원) 판매도 각각 10%나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추석 매출이 지난해보다 2.3%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지역 명인들의 전통 식품을 선별한 '명인명촌'이 29.9%로 가장 높은신장세를 보였고, 자연송이 등 야채 27.3%, 청과 12.2%, 정육 5.9% 등 매출이 증가했다.
특히 대풍을 맞은 자연송이의 경우 이번 추석 판매가 200%나 늘어났다.
신세계백화점도 추석 선물세트 판매가 지난해보다 3.6% 늘었다. 저가 상품 비중이 높은 가공식품 선물세트 매출이 32%나 증가한 반면 가격대가 높은 명품 사과·배 등 고가 상품이 품절 사태를 빚었다.
자연산 송이 선물세트도 지난해보다 판매가 10%나 증가했다.
대형마트는 매출 감소로 울상이다. 이마트는 추석 행사를 시작한 지난달 13일부터 27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추석보다 4.9% 감소했다.
업계는 불황으로 개인 고객들이 선물수를 줄이고, 구매 금액도 낮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태풍에도 지난해 수준의 가격대를 유지한 과일은 사과세트와 사과·배 혼합세트가 각각 39.9%, 55.5%의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9만8000원 갈비세트 등 가격을 낮춘 한우선물세트 판매도 9.8% 늘었고, 통조림과 양말 등 저렴한 선물도 각각 6.1%, 5.7%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반면 굴비는 수량 기준으론 지난해보다 증가했지만 금액으로는 17.5% 매출이 감소했고, 한과와 민속주 선물세트도 각각 38.7%, 22.4% 판매가 줄었다.
롯데마트도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보다 2.4% 줄었다.
저렴하게 내놓은 굴비가 지난 추석보다 12% 판매가 늘었다.
과일 선물세트 매출도 23% 증가했고, 10만원 미만 암소 갈비세트도 5% 정도 신장했다. 햄과 통조림 선물세트도 15% 매출이 늘었다.
반면 와인, 양주 등 주류 선물세트는 11.8%, 버섯과 인삼 등 약초 선물세트는 16.2%나 판매가 줄었다.
다만 홈플러스는 전체적으로는 4.6% 매출 증가를 기록했고, 특히 가공식품(16.1%), 패션잡화(16.1%) 등이 좋은 실적을 올렸다.
박소연 기자 mus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