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22일 아침 7시 집을 나선 송영길 시장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얼굴엔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인천유치를 확정지은 뒤 나선 첫 출근 길은 여느 때와 같을 수 없었다.
송 시장은 그 누구보다 이번 유치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유창한 영어는 기본, 국회의원 시절부터 갈고 닦아온 중국어와 일본어 실력은 GCF 이사국 대표단에 대한 1대 1 설득에서 톡톡히 한 몫 했다.
22일 이른 아침 인천시 청사 북쪽 출입구로 들어선 송 시장은 "인천이 정말 큰 일을 해냈다. 가슴 벅차고 설렌다"며 가쁜 숨을 애써 가라앉혔다.
송 시장은 인천지하철 1호선을 탔다고 했다. 오늘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인천시 국정감사가 있는 날이다. 아침 7시 30분엔 인천시 간부들과 국감 대비 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보통 이런 날이면 계양구 자택이나 청라 관사에서 관용차를 타기 마련이다. 오늘 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시민들과 기쁨을 직접 나누고 싶었다.
송 시장은 "일부러 지하철을 탔다. 출근 길 시민들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인천 역사상 가장 큰 쾌거에 시민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유치를 계기로 인천이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들을 전해주셨다"고 말했다.
GCF 사무국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들어온 국제기구 (32개)중 단연 최대다. 내년부터 2020년까지 우선 1000억의 기금이 적립되고 이후 2027년까지 추가로 해마다 1000억 달러씩 7000억 달러가 사무국 계좌로 들어온다. 총 기금 규모 8000억 달러, 우리돈 882조4000억원이다. 선진국들이 서로 간의 협약을 통해 이 기금을 적립한다.
송 시장은 임기 4년 중 이미 반환점을 돌았다. 사실 지난 2년 3개월은 송 시장에게 '악재'의 연속이었다. 인천시 재정은 최악이었고 코 앞으로 다가온 인천아시안게임과 인천지하철 2호선에 쓸 돈은 턱없이 부족했다. 연평도 포격사태 이후 송 시장의 핵심공약인 남북협력사업은 '올스톱'되다시피 했다.
송 시장은 "앞으로가 중요하다"며 각오를 밝혔다. 송 시장은 "GCF 사무국 유치는 290만 인천시민이 한 마음으로 이뤄낸 우리 모두의 승리다. 정부와 합심해 GCF 사무국을 본 궤도에 올려놓을 방안을 마련하는데 모든 행정력을 쏟아부을 것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국감 대비 회의가 예정된 인천시청 4층 중회의실로 들어가면서 송 시장은 발 길을 멈췄다. GCF 사무국 인천유치의 의미를 되짚어 강조했다.
송 시장은 "이미 운영 중인 국제기구를 유치한 게 아니라 전에 없던 기구를 인천에 설립한다는데 의미가 크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문제에 각 나라들과 함께 대응한다는 조직이란 점에서 더욱 뜻 깊은 쾌거다. 인천은 지구적 환경위기를 극복하는 국제적 노력의 발상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