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한 인천이 또 한 번 일을 낼 기세다. 지난 15일 설립이 확정된 세계은행(WB) 한국사무소의 '인천행'이 한층 유력해졌다.
내년부터 2027년까지 총 8000억 달러 규모 기금을 적립할 GCF 사무국의 '주 거래은행'이 세계은행이기 때문이다. GCF 사무국 유치(20일)와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설립 확정 시기(15일)가 절묘하게 맞물려 들어가면서 인천 쪽으로 급류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20일 GCF 사무국 유치확정 시점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놓은 발언은 한국사무소 인천유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 날 기자회견에서 "세계은행과 한국사무소 협약을 맺고 장소를 정할 때 우리나라는 송도를 낙점했다. 세계은행 측은 서울을 희망했지만 이번 결정(GCF 사무국 유치)으로 한국사무소를 송도에 설립할 당위성이 커졌다. 가급적 송도에 세워지도록 세계은행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GCF 사무국은 인천에 문을 연 뒤 3년 간 세계은행에 적립된 기금을 맡긴다.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사무국에 적립하는 돈이 실제 각 나라로 전달되는 창구가 바로 세계은행이다. 세계은행 한국사무소가 이 과정에서 제반 실무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박 장관은 "업무 상 연계성을 생각할 때 한국사무소가 GCF 사무국과 인접한 곳에 있는 것이 맞다"며 힘을 실었다.
GCF 사무국이 들어설 송도 아이타워와 가까운 곳에 업무용으로 지어진 초고층 빌딩들이 이미 준비돼 있다는 점도 한국사무소 인천설립에 좋은 조건이다.
아이타워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인 68층 짜리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는 이미 건축이 거의 다 마무리된 상태다. 최첨단ㆍ친환경 건물로 지어진데다 시스코(CISCO) 등 몇몇 외국인투자기업 외에는 아직 입주수요가 없어 세계은행 한국사무소가 입주하는데 '제격'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이타워와 길 하나를 놓고 마주하고 있는 포스코건설 사옥(임대동)과 송도 IBS 타워도 완공된 상태다. 입주자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역시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세계은행 관계자들이 수시로 드나들 인천국제공항이 인천대교를 통해 송도와 20여 분 만에 연결된다는 장점도 있다. 금융 인프라가 집중돼있는 서울과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조기 착공을 공언한 '광역급행열차(GTX)'와 바로 이어진다.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유치도시는 내년 초에 결정된다. GCF 사무국 인천유치로 당초 가장 유력한 후보지였던 서울과 인천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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