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자신 앞에서 줄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성폭력'에 가까운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서울대 담배녀'가 네티즌 사이에 논란을 낳고 있다.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장녀이자 사회대 학생회장인 유수진(22)씨는 최근 사회대 학생회장직을 사퇴했다. 학생회 홈페이지에 수진씨가 밝힌 사퇴 이유는 "성폭력 2차 가해자로 몰리고, 이를 사과하는 과정에서 겪게 된 우울증과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발단은 한 연인간의 다툼에서 시작한다. 서울대학교 사회대 여학생 A씨는 지난해 3월 연인 관계였던 B씨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았다. 며칠 뒤 A씨는 "B씨가 대화할 때 줄담배를 피우며 남성성을 과시해 여성인 나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발언권을 침해했다"며 B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요청서를 학생회에 투서했다.
학생회장이었던 유수진 씨는 남학생 B씨의 행위가 성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해 신고를 반려했다. 다음날 수진씨는 B씨에게 서한을 보여주며 A씨에게 사과하라고 권했고 "B씨에게 사과 받았다"라는 A씨의 문자도 받게 됐다.
하지만 A씨는 "사과는 정치적인 것이었고 인간적 사과는 아니었다"며 전 남자친구의 줄담배로 상처를 받았으니 이는 곧 폭력에 해당한다는 식의 논리를 전개했다.
A씨는 또 "관악 학생사회 여성주의 운동은 성폭력을 강간으로 협소화하지 않고 외연을 넓혀왔다"며 "반성폭력 운동의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니 앞으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고 다니지 마라"고 말라며 유수진씨를 비난했다.
이후에도 A씨는 수차례 B씨에게 "X발", "안경을 부수면 살인미수라던데 그렇게 하고 싶다" 등의 언어폭력을 가했다는 게 유씨의 주장이다. 유씨도 가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나를 2차 가해자로 취급하고, 내가 A에게 일방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것처럼 사건을 요약해 트위터나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이에 화가 나서 나 역시 A씨의 언행을 비난하는 발언을 자주 했다"라고 밝혔다.
유수진씨는 "A씨가 자신이 피해를 받았다고 느낀 사건을 빌미로 무제한적 폭력을 휘두르면서 B씨와 나 등 가해자로 규정한 사람에게 인권을 박탈하고 그 사람에 대한 어떠한 폭력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는 듯이 느껴졌다"고 A씨로부터 받은 정신적 상처를 호소했다.
그는 또 "A씨와 A씨를 옹호하는 대책위의 논리대로라면 '가해자를 죽이고 싶다'는 피해자에게는 가해자를 죽일 권리까지 줘야 한다. 이건 피해자의 무한정한 폭력을 정당화하고 어떤 비판도 받지 않겠다는 '함무라비 법전 수준 이하'의 윤리"라고 비판했다.
유 씨는 사퇴의 변을 밝히며 "사회대 학생 활동가 대부분이 여성주의자인 입장에서, 왕따를 당한 것과 비슷한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껴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다. 거식·폭식증 등 신체적, 정신적으로 괴로움을 겪기도 했다"며 "사회대 학생회칙이 규정한 '성폭력 2차 가해'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지만 이에 대해 사과하고 시정할 의사가 없어 학생회장으로서 직무에 맞는 책임을 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네티즌은 이런 사정보다는 흡연 행위 자체가 성폭력이 될 수 있는 지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일부 네티즌은 각종 영화·드라마 주인공과 정치인의 흡연 장면과 함께 '조니 뎁 성폭행하는 모습', '오바마 대통령 성폭행 발각' 등의 패러디 게시물을 잇따라 온라인에 게재하고 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