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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수백벌 하루면 정리 끝…집 정리도 손맛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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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굿 정리 컨설팅 작업현장 동행기

"옷 수백벌 하루면 정리 끝…집 정리도 손맛 있어야" 정리 컨설턴트들이 가정내 옷장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베리굿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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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하루만에 다 정리할 수 있을까요?" 그야말로 의문이다. 12자 붙박이장에서 수백벌에 달하는 옷이 쏟아져 나온다. "문제 없어요. 하루면 충분합니다". 정리 컨설턴트 육경애 매니저가 자신있게 답한다.

지난 19일 정리 전문 컨설팅업체 베리굿의 도움을 얻어 정리 컨설턴트의 가정 방문 현장을 동행취재했다. 정리 컨설팅은 개인·가정이나 기업내 사무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재구성해주고 고객에게 정리 노하우도 함께 가르치는 일이다. 최근 이사철을 맞아 정리컨설팅업체에 집안 정리를 상담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컨설턴트의 도움으로 정리가 끝나면 짐이 쌓여 있던 베란다가 자그마한 카페로, '창고용 골방'은 놀이방으로 변신한다. 작업 범위도 집안 전체부터 냉장고, 옷장 등 세부적인 분야까지 다양하다.

◆ 옷 수백벌 쏟아져도 하루만에 정리 끝!
이날 정리 컨설턴트가 방문한 가정은 서울 명일동에 위치한 30평대(전용면적 85㎡) 아파트. 남성복 브랜드 '예작'의 프로모션 행사에 당첨돼 '옷장 정리 컨설팅'을 상품으로 받은 집이다.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육경애 매니저는 주초에 이 집을 사전 방문했다. 각 가정의 라이프 스타일과 주요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사전 만남에서 의뢰인인 50대 주부 최승순씨는 지난 5월 시집간 딸의 방 옷장을 활용하고 싶다는 바람을 매니저에게 전했다.


대학생인 아들과도 떨어져 살고 있어 내외가 쓸 공간을 좀더 늘리고 싶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4계절별로 옷을 구분 정리할 것을 권유했으나 결국 아내의 옷은 딸이 쓰던 방에, 남편의 옷은 안방에 몰기로 했다.


육경애 매니저를 비롯해 2명의 직원이 이날 정리 작업을 진행했다. 직원 모두 자녀를 둔 30~40대 주부들이다. 30평대 아파트의 옷장 정리에는 직원 2명 정도가 투입되지만 이 가정의 경우 옷의 양이 많아 1명이 추가 투입됐다.


가구의 이동·재배치를 전담하는 직원이 사전 세팅을 마치면 비로소 정리 컨설턴트들이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기자는 집안 정리라고 하니 뭔가 힘쓰는 일을 하는 줄 알고 단단히 준비를 하고 갔지만 예상외로 이일은 섬세하고 정적이었다.


조심스레 옷을 옮기고 접는 동작들이 '나뭇꾼'의 거친 도끼질보다 '선녀'의 사뿐한 몸놀림을 연상케 한다. 깔끔한 유니폼 차림으로 작업하며 서로를 부를 때에도 '육 매니저님', '전 선생님', '고객님' 등 존칭을 사용했다.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최씨 부부 둘다 패션센스가 남달라 추동복, 간절기 의상, 등산의류 등을 합해 400~500벌이 옷이 옷장에서 쏟아져 나왔다. 미리 준비해온 200여개의 옷걸이가 모자랄 정도였다.


남편의 와이셔츠만 수십장이라 이것만 걸어도 벌써 벽장 한칸을 차지한다. 두터운 니트와 점퍼, 코트 등 부피가 큰 옷들도 상당수다. 일단 정장, 외투 등 큰걸 먼저 정리한 뒤 속옷과 액세서리 등 작은 것을 정리하는게 기본이다.


"옷 수백벌 하루면 정리 끝…집 정리도 손맛 있어야" 깔끔하게 정리된 옷장. 컨설턴트들이 한 가정의 옷장 전체를 정리하는 시간은 대략 8시간정도다.


◆ 요리처럼 정리에도 '손맛' 필요해
오후에는 최씨의 시집간 딸이 친정에 들러 자신의 옷을 가져갔다. 거실에도 더이상 입지 않고 수납공간을 차지하던 옷들이 쌓여갔다. 육 매니저는 "고객이 집안의 짐들을 버릴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도 일입니다. 비싼 옷, 소재가 좋으니 다음에 입을 옷이 장롱 한켠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한해 두해가 흘러가며 옷이 수북히 쌓이는 거죠"라고 말한다.


과거 한 고객의 경우 장롱 서랍에 여성들이 애용하는 레깅스가 꽉 차 있었다. 아무렇게나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새로 구입하다보니 나중엔 서랍장 한칸을 꽉 채울 정도로 옷이 많아졌던 것.


어설프게 서 있던 기자는 정리 컨설턴트를 도와 남성용 런닝셔츠를 갰다. T형 런닝을 세로로 반 접어 소매를 안으로 넣은 후 다시 3등분으로 접는 간단한 일이다. 매니저에 따르면 '잘 알려진 방법으로 평범하게 접는 것'이 빠른 정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개켜보니 매니저가 접은 것과 조금 다르다. 팽팽한 맛이 떨어지고 이리저리 주름이 진다. "같은 재료를 써도 손맛따라 음식맛이 달라지잖아요. 같은 이치입니다. 옷을 개킬 때마다 살짝 당기듯이 펴주면 한결 깔끔하게 접혀요". 기자가 1장을 접을 때 육 매니저는 3~4장을 접는다. 아무나 할 일은 아닐 듯 싶다.


정리 도중 궁금증이 든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손에 익은 장소에 물품을 두기 마련이다. 나중에 고객으로부터 "옷을 어디 뒀냐"는 연락이 오진 않을까? 육 매니저는 "그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리를 하며 실제로도 클레임이 온 경우는 없다"고 한다.


고객인 최씨 역시 "새 수납법에 익숙해지려면 2주는 걸리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워낙 깔끔하게 정리돼 앞으론 옷을 못찾아 당황하지 않아도 될듯하다"고 말했다.


작업 시간은 평균 8시간 내외다. 옷장 곳곳에 어떤 것을 넣어뒀다는 태그를 일일이 붙이고 나면 정리작업이 끝난다. 이날 작업 예정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으나 1시간이 더 지나서야 일이 끝났다. 컨설턴트들은 보통 오후 6~7시를 전후해 퇴근한다고 한다. 집안 평형대가 넓다고 작업시간이 더 걸리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 "정리 자신있는 주부 도전하세요"
육 매니저는 16년차의 주부로 중학생인 자녀를 두고 있다. 2년전 베리굿 정리컨설팅을 창업한 윤선현 대표의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윤대표님이 하시는 말씀 들으니 세상에 나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싶더라구요".


회사원 생활을 하다 자녀를 키우며 전업주부로 돌아섰던 그는 이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다고 했다. 평소에도 집안 인테리어나 정리 수납 요령 등을 가지고 집을 꾸미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지금도 새로 나온 정리도구가 있으면 직접 집에서 써봐야 직성이 풀린다.


한편 개인 고객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 컨설턴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 컨설턴트들이 제시하는 섬세한 정리 노하우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부들의 경우 냉장고나 주방에 대한 정리 의뢰가 많다고 한다.


육 매니저는 "어느 집안이나 냉장고는 정말 블랙홀이에요"라며 "냉동실은 90%, 냉장실은 70%만 채울 것. 단 냉기 순환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할 것. 재료를 잘게 썰어 지퍼백에 분류하고 하나씩 꺼내 쓸 것"이라는 기본 원칙을 알려줬다.


작업 중간 기억나는 대화 하나. "이 집은 남편 양말이 많으시네. 우리 남편은 일곱 켤레로 일주일 돌리는데…. 집에 갈 때 우리 남편 양말 하나 사들고 가야겠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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