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丹楓)
가을이 제법 깊었다. 관광업계에 있어 가을은 말 그대로 축제의 계절이다. 가을의 축제는 역동적이었던 여름 축제 후 공허함을 특유의 정취로 달랜다. 특히 시월은 온 나라가 축제로 뒤덮인다. 단풍, 불꽃, 연어, 송이, 억새, 전어, 대하, 쌀…
산등성이가 얼굴을 곱게 단장하고 그 모습에 희게 웃는 억새풀이 있는 시월은 사실 그 자체로도 축제다. 올해는 예년보다 가을이 일찍 찾아왔다. 첫 단풍은 9월 25일 설악산에서 시작돼 지난해보다 9일이나 빨랐다. 가을이 빨리 온 만큼 단풍의 절정은 짧아진다. 절정기간이 며칠 되지 않다 보니 단풍철에 이름난 산들은 인파로 몸살을 앓는다. 관계자에 따르면 단풍 구경을 오는 외국인 관광객 또한 매년 증가추세다.
11월 중순이면 방한 관광객 수가 1000만명을 돌파한다. 관광업계에서는 이들 관광객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들을 속속 내놨다. 서울-지방 간 무료셔틀버스를 마련했고 지역관광매력물과 연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자연히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고 내수경기를 진작시켰다. ‘한국’이라고 하면 ‘서울’, ‘명동’만 알던 외국인들이 버스와 기차에 몸을 싣고 지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제 막 한국의 가을을 만끽하기 시작했는데, 야속한 가을은 곧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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