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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변신은 무죄…'山에 예술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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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이정민 기자]# 직장인 A씨는 동창들과 지난 주 산행을 갔다가 '로보트 얼굴' 모양의 신기한 송전탑을 발견했다. 머리 양쪽에 뿔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는 것이 만화 영화에 등장하는 '마징가Z'를 연상시켰다. 때마침 관련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가 옆에서 훈수를 놨다. "저건 우두형(牛頭形) 철탑이라는 거야." 울긋불긋한 단풍을 만끽하겠다며 산행을 나선 A씨에게 마징가Z 철탑은 또 하나의 색다른 경험이었다.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던 송전탑이 흉물스런 모습을 벗어 던지고 친환경 디자인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용도와 지형에 따라 소머리를 닮은 우두형, 문을 닮은 문형, 집 모양을 닮은 MC형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소머리 모양을 한 우두형 철탑은 고압전선인 765kV 송전선이 도입되면서 200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최신식 송전탑이다. 탑 중앙이 오각형 모양인데다 상단부에 뿔같은 탑 두 개가 달려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소머리다. 외국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상용화되고 있으나 국내에는 최근에야 설치되기 시작해 아직도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다.


한자 '문(門)' 모양을 한 문형 철탑은 전철역이나 변전소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정면과 측면의 너비가 비슷한 다른 철탑과 달리 측면부가 좁고, 꼭대기가 뿔 없이 평평한 것이 특징이다. 스위스의 모터 콜럼부스가 개발한 'MC 철탑'은 지붕을 씌워 놓은 집 모양을 하고 있다. 철탑을 구성하는 부재에 형강(철)대신 콘크리트를 채워넣어 한층 가벼워졌다. 다른 철탑들이 꼭대기에 뾰족한 탑을 세운 것과는 달리, 윗부분은 평평하다.

사실 송전탑이라고 하면 '4각 철탑'이 쉽게 연상된다.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A자 형태에 가로로 세 줄의 지지대가 달린 철탑이다. 일제시대부터 사용되고 있어 송전탑의 고전이다. 4각 철탑이 전국의 산을 점령하게 된 이유는 한국전력공사가 이를 표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철탑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탑 사이의 거리, 전선의 무게, 전력량 등에 대해서 꼼꼼하게 검토해 세워야 하는 만큼 상당한 연구 개발 없이는 모양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철탑 제조사들이 한전에서 정한 규격에 따라 4각 철탑을 만들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디자인에 눈을 뜨고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연구개발을 통해 송전탑의 파격 변신에 동참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 소재의 중소기업 케이투이엔지는 한전과 손잡고 연내 친환경 송전탑을 개발할 예정이다. 우리 고유의 태극문양을 적용한 형태가 최종 디자인 물망에 오르고 있다. 케이투이엔지는 2010년 한전이 실시한 '환경친화형 송전철탑 디자인 공모전'에서 국무총리상(대상)을 받으면서 한전과 연을 맺었다. 지난해 개발 업체로 최종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개발에 팔을 걷어부쳤다.

부산에 위치한 티와이테크도 뛰어난 기술력으로 송전탑에 친환경 옷을 입히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시스템은 철골 구조물로 된 기존의 송전탑 가지(암)부분을 고분자 절연 소재로 대체한다. 송전탑의 규모가 줄어들고 기존보다 전선이 지상에서 1~2m 정도 위로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케이투이엔지 관계자는 "기존 4각 철탑은 안전성과 예산을 따지느라 다소 흉물스러웠던 반면 새롭게 만들어지는 철탑들은 안전성과 실속은 물론 환경과의 조화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경관과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통해 혐오시설이 아니라 친근한 기반시설로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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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leezn@
이정민 기자 ljm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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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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