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씨는 50대 초반의 남성입니다.
골프를 무척 좋아하지만 주로 내기에서 재미를 느끼는 유형으로 손목이 아파서 간혹 병원에 오고는 했지요. 핸디캡은 10이라는데 스코어를 보면 대부분 70대에서 못 쳐야 81, 82타입니다. "핸디캡이 너무 높지 않냐"고 물었더니 "고정 멤버 모두 핸디캡이 짜서 어쩔 수 없다"는 대답입니다.
내기할 때는 몇 가지 원칙이 있고, 그 중 하나가 '노터치'랍니다. 골프는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지만 아마추어골퍼라 규칙을 정확히 모르다 보니 벌타 때문에 친구들끼리 싸우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합니다. 드롭 위치가 가장 문제인데 정확한 규칙을 숙지하지 않고서는 이견이 많이 발생합니다. 사실 프로들도 잘 몰라 벌타를 받거나 실격을 당하기도 하지요.
친구들끼리 가볍게 치는 경우는 드롭으로 야박하게 굴지 못해 "좋은 자리에 놓고 치라"고 하는데 내기골프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남의 실수가 나의 즐거움인데 즐거움이 배가 되는 상황을 그냥 지나칠 리 없죠. S씨는 그래서 서로 드롭을 하는 상황이 생기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싸울 수 있으니 무조건 '노터치'라고 합니다.
S씨는 카트도로 위의 공을 그냥 치다 다쳤습니다. 더 놀라운 게 그런 상황을 대비해 연습장에서 공을 바닥에 놓고 치는 연습까지 한다는 대목입니다. 프로들의 손목부상 중 가장 흔한 원인이 스윙 도중 장해물을 때린 충격에 의한 것이라고, 그런 연습 때문에 지금 엘보가 왔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S씨의 '내기 사랑'은 바닥치기를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S씨가 드디어 두 손을 드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카트도로 위에 떨어진 공을 치다 도로 턱에 튕겨 앞가슴 부위에 공을 맞은 겁니다. 오른쪽 갈비뼈 부위 골절상으로 한 달 반 동안 골프는 휴업상태가 됐습니다. 만약 머리에 맞거나, 왼쪽 갈비뼈 부위였다면 심장에 충격을 줘 생명에도 지장을 줄 수 있었습니다. 골프를 쉬는 동안 규칙공부로 이제는 책을 갖고 다니며 동반자의 드롭에 대해 판정을 내려 '노터치 룰'도 없어졌다고 합니다.
송태식 웰정형외과원장(www.wellclini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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