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STX LNG선과 해양플랜트, 삼성 드릴십에 독보적
셰일가스 개발붐으로 국내 조선업계의 시황이 다시 개선될 수 있을 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동과 호주에 이어 북미가 LNG(액화천연가스) 수출국으로 등장하고,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LNG선과 해양플랜트 제작 부문에서 전세계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국내 조선사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셰일(Shale)가스’의 개발붐과 유전개발이 극지방과 심해로 확대됨에 따라 ‘위기의 조선산업’에 새로운 기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LNG선과 드릴십의 잇따른 수주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STX조선해양 등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중동과 호주에 이어 북미가 LNG(액화천연가스) 수출국으로 등장하고,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LNG선과 해양플랜트 제작 부문에서 전세계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국내 조선사의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NG선 외에도 해양플랜트에서 추가 수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해양플랜트는 보통 수십억달러를 호가한다.
셰일가스는 오랜 세월 동안 모래 또는 진흙이 쌓여 단단하게 굳은 암석(셰일)에 갇혀 있던 가스를 말하는데, 그동안 경제성 부족으로 개발을 못하다 고유가와 기술 발전에 힘입어 본격적인 상업화가 이뤄지고 있다. 셰일가스의 개발을 가장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셰일가스 연간 생산량은 2009년 2.9tcf(1tcf는 1조 입방피트에 해당하는 단위로 LNG로 환산하면 2400만t 규모)에서 2011년 6.8tcf, 2021년 9.7tcf로 급증하면서 미국 내 천연가스 생산량 중 비중이 2009년 14%에서 2011년 30%, 2021년 38%로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증가에 따라 2016년 하루 1.1bcf(10억 입방피트)를 시작으로 2019년 2.2bcf의 LNG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가스회사인 ‘셰니에르 에너지’는 지난해 말 영국 BG그룹과 연간 550만t의 LNG를 2015년 이후 20년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스페인 가스 내추럴 페노사, 인도 가일, 한국가스공사와도 장기 수출계약을 맺었다. 서부 퇴적분지에서 셰일가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캐나다도 2015년부터 연간 최대 1000만t의 LNG를 수출할 계획이다.
이에 국내 조선업체에 LNG선과 LNG-FSRU(Floating Storage and Regasfication Unit, 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 LNG-FPSO(부유식 생산·저장 설비)의 수주가 몰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상 LNG기지’라 불리는 LNG FSRU는 해상에 떠있으면서 LNG선이 운반해 온 LNG를 액체 상태로 저장했다가 필요시 재기화 해 해저 또는 육상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 수요처에 공급하는 설비다. ‘육상 LNG기지’에 비해 공기가 짧고 건설비는 절반 정도에 불과할 뿐 아니라 해상에 설치돼 주민들의 님비(NIMBY) 현상도 줄일 수 있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자체동력을 갖추고 있어 국가나 지역의 에너지 수요 상황에 따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LNG-FSRU는 올해 최대 7척 등 2015년까지 총 30척 이상의 신규 발주가 예상되며, 오일 메이저인 쉘은 향후 15년간 LNG-FPSO 10척을 발주할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LNG- FSRU 수주 잔량은 5척 모두 국내 조선업계가 독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LNG FSRU 시장에서 단연 두각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일 노르웨이 회그LNG사와 총 2억7000억 달러 규모의 17만㎥(입방미터)급 LNG FSRU 1척을 추가로 수주하며, 부가가치가 높은 가스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계약에는 옵션 1척도 포함돼 있어 향후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오는 2015년 상반기 인도 예정인 이 설비는 길이 294m, 폭 46m, 높이 26m로 축구장 3배 크기이며, 우리나라 일일 LNG 사용량에 맞먹는 7만 톤의 LNG를 저장, 공급할 수 있다.
이 설비를 개조가 아닌 신조로 수주한 것은 지난 2011년 6월 현대중공업이 처음이었다. 특히 LNG 분야 전문선사인 회그LNG는 지난 2011년 6월 세계 최초의 신조(新造) LNG FSRU의 건조사로 현대중공업을 선택한 이래 지금까지 발주한 4척을 모두 현대중공업에 의뢰하며 높은 신뢰를 나타냈다. 이는 현대중공업의 풍부한 LNG선 건조경험과 기술력, 뛰어난 설계 인력이 많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LNG선은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한 대표적 고부가 선박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첫 발주된 LNG선을 포함해 연이어 수주에 성공하며 LNG선 시장을 주도해 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지금까지 회그LNG사와 골라LNG사 등으로부터 총 6척 12억불 규모의 LNG선(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LNG선 관련 기술 개발에도 몰두하고 있는데 지난 2010년 6월에는 세계 최초로 극지방용 LNG선 탱크 용접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오는 2015년까지 총 190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개발은 최근 북극해 등 극지방에서의 천연가스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극지 운항에 적합한 LNG선 및 LNG-FPSO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장기적인 판단에서 비롯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LNG-FPSO의 독자모델인 ‘현대FLNG’를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하기도 했다. LNG-FPSO는 척당 가격이 20억불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선으로 심해가스전으로부터 채굴한 천연가스를 전(前)처리하고 영하 163도로 액화·저장·하역할 수 있는 부유식해상설비다. ‘현대 FLNG’는 길이 355미터, 폭 70미터, 높이 35미터로 축구장 3.5배 크기이며 연간 250만톤의 LNG를 생산하고 19만3800㎥를 저장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개발 성공으로 LNG-FPSO의 상-하부설비를 설계에서부터 시운전까지 EPIC 방식으로 단독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삼성중공업, 드릴십서 독보적기술 자랑
드릴십에서 삼성중공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1996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133척 중 56척을 수주하며 세계 시장점유율 42%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해에도 10척, 58억 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올해는 현재까지 8척의 드릴십을 약 43억 달러에 수주했다. 현재 수주금액 85억 달러의 절반 이상을 드릴십으로 채웠다. 드릴십에서의 삼성의 경쟁력은 남들보다 먼저 고부가가치선 시장을 개척해 온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귀띔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996년 10월 미국 듀퐁그룹의 코노코(CONOCO)사와 유전개발 전문업체인 R&B사의 컨소시엄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심해유정 개발용 드릴십을 2억4000만 달러에 수주했다.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벌크선과 같은 일반 상선을 주로 건조해 온 국내 조선업계에서 드릴십과 같은 고부가가치선박을 건조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드릴십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삼성중공업은 오늘날 드릴십 분야의 절대 강자로 자리잡고 있다. 유전개발 지역이 대륙붕에서 심해로 옮겨가고 있는 데다가, 극지방으로 확대됨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건조하는 드릴십 기술도 이에 맞춰 발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스웨덴 스테나사에 인도한 극지용 드릴십은 얼음 덩어리들이 많이 떠다니는 북극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이 드릴십은 세계 최초로 내빙 설계가 적용되어 선체두께가 무려 4cm에 달하며, 기자재 보온처리를 통해 영하 40℃의 혹한에서도 견딜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LNG선 분야에서도 독보적이다. 시장점유율 28%로 역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17척, 34억 달러를 수주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해 조선업계 최초로 멤브레인형 LNG선 화물창의 독자모델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화물창이 LNG선에 적용되면 LNG선 1척당 100억원에 달하는 기술료를 절감할 수 있어 LNG선 건조 경쟁력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TX조선해양, LNG선 신흥강자로 도약
STX조선해양은 최근 러시아에서 개최된 ‘2012 SPIEF(Saint Petersburg International Economic Forum, 상페테르부르크국제경제포럼)’에서 러시아 소브콤플로트(SCF Sovcomflot)사와 17만CBM급 LNG선 4척 추가발주 옵션 계약을 체결하며, LNG선 시장에서 신흥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STX조선해양은 기존 계약분 6척을 포함, 소브콤플로트에 총 10척의 LNG선을 건조해 인도하게 된다. STX조선해양이 건조하는 17만CBM급 LNG선은 증발 가스의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강화된 화물창 보온시스템과 함께 에너지 절감형 추진 방식 등의 친환경 설계방식이 도입된 환경 및 경제성을 고루 갖춘 고부가가치선이다.
STX LNG선 기술력은 엔진품의 공간 효율성을 높이고 화물창 용적을 극대화해 동급의 LNG선 중 가장 많은 양의 LNG를 적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엔진에서 생성되는 고온의 폐기열을 이용해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로 터빈 발전기를 가동시키는 에너지 절감형 추진방식(High Efficiency Propulsion System)을 채택해 기존 전기 추진식 LNG선 대비 5% 이상의 연료 절감이 가능한 방식이다.
STX조선해양은 러시아 국영조선사인 USC와 함께 러시아 지역에서 발주되는 LNG선 공동수주를 목적으로 하는 조인트벤처(JVC) 설립에 대한 JVA(Joint Venture Agreement)를 체결하며 향후 수주 전망도 밝게 했다. 양사가 설립하는 조인트벤쳐는 USC가 건설을 추진중인 뉴 어드미랄티 조선소(New Admiralty Shipyard) 프로젝트를 위한 설계, 인력 트레이닝 등을 지원하고 러시아에서 발주하는 LNG선에 대한 공동 수주영업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STX조선해양은 이번 JVA를 통해 러시아 북극지역의 LNG 개발 프로젝트에 장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러시아 북극지역은 전세계 액화천연가스(LNG) 매장량의 30%가 매장돼 있어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업체들이 개발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지역이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LNG선 시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STX조선해양은 지속적인 세계경제 불안 속에 위축되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전략을 바탕으로 LNG선 추가수주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엔 조선업 ‘랠리 시작의 해’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8월 기준 글로벌 신조선 발주량은 1277만CGT 수준으로 이는 전년동기 대비 60.0% 하락한 수준으로 분석했다. 해운시장의 공급과잉도 2014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유 연구원은 전망했다. 선박금융 여건에도 개선의 움직임은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유 연구원은 신조선 수요가 2013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 첫째 이유는 Cost Push에 의한 신조선가 반등 가능성이고, 두 번째 이유는 글로벌 선복량 증가율이 2015년을 기점으로 하락한다는 데 있다.
지난2010년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이에 따른 원자재가격 상승, 신조선가 상승을 경험한 적이 있다. 선박 발주량도 2009년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2010년 글로벌 발주량 증가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유럽위기 등 여러가지 변수들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해운시장의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2013년은 상황이 다른 것으로 유재훈 연구원은 분석했다. 해운시장의 구조적인 수급상황 개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2007~2008년의 초호황을 경험한 신조시장은 4년의 소강국면을 지나 2013년 하반기 낮은 사이클로 진입할 것으로 유 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는 “2013년을 내다보면 2010년과 아주 큰 차이가 있다”며 “2010년에는 2007~2008년 과도한 선박발주로 인해 글로벌 수주잔량이 1.5억CGT 수준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 7월말 기준 글로벌 수주잔량은 9670만CGT에 불과하다. 요점은 향후 인도될 배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글로벌 선복량은 연평균 8.4%씩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현재의 미미한 신조발주가 지속된다면 2015년부터는 글로벌 선복량이 감소세로 돌아서게 된다는 게 유 연구원의 분석이다. 2014년과 2015년 글로벌 해상물동량만 정상궤도에 진입해 준다면 2015년 해운시장의 공급과잉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믹 리뷰 조윤성 기자 korea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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