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3년 전 전태풍(오리온스)에게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가 누구냐'란 질문이 던져졌다.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양동근, 주희정 같은 당대 정상급 가드가 아니었다. 당시 신인에 불과했던 변현수(LG)였다.
힘과 탄력이 뛰어난데다, 강한 승부욕으로 유명한 자신만큼이나 지기 싫어하는 성격을 가졌다는게 이유였다. 실제로도 둘은 만나기만 하면 몸싸움 일보직전의 신경전을 벌이며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그리고 전태풍의 대답은 올해도 유효하다.
17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스와 창원LG의 3라운드 경기. 객관적 전력은 물론 최근 기세까지 모든 면에서 오리온스의 우세가 예상됐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LG는 경기 내내 단 한 번의 동점조차 허용하지 않고 79-58 대승을 거뒀다. 중심엔 변현수의 활약이 있었다. 적극적 대인마크와 왕성한 활동량으로 전태풍을 13점 3도움으로 묶어냈다. 공격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두 번의 3점슛을 모두 성공시키며 23득점을 올렸다. 다시 한 번 '전태풍 킬러' 면모를 발휘하며 팀 승리를 이끈 셈이었다.
김진 LG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전태풍은 워낙 장점이 많은 선수지만 반대로 고집과 습관도 있는 선수다. 그런 점을 공략하라고 주문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변현수가 일대일 마크를 잘해줬고, 팀 디펜스까지 더해져 막을 수 있었다"라며 변현수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변현수는 '전태풍 킬러'로서 특별한 노하우가 있느냐는 물음에 "그런 건 없다. 그저 죽기살기로 막았다"라며 "둘 다 승부욕이 강하지만 아무래도 젊은 내가 이겼던 것 같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전)태풍이형과 내가 둘 다 왼손잡이인 것도 유리한 점"이라며 "나보다 훨씬 좋은 선수지만, 같은 왼손잡이라 느낌이랄까, 플레이 성향이 같아서 막기가 좀 더 편한 면이 있다"라고 밝혔다. 전태풍의 약점을 묻는 말엔 "있지도 않지만 있어도 비밀"이라며 "나만 알고 나만 잘 막을 것"이라고 말해 인터뷰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더불어 "연습과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감독님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고, 올 시즌 한 단계 더 올라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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