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그리스 최대 상장 기업인 코카콜라헬레닉보틀링(CCH)이 그리스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CNN머니 등 외신들에 따르면 CCH는 본사를 스위스로 옮기고 영국 런던 증시에 새로 상장하기로 결정했다.
CCH는 러시아·나이지리아 등 28개국에서 콜라 같은 음료를 병에 담는 회사다. 미국의 코카콜라는 CCH 지분 23%를 보유하고 있다. CCH의 시가총액은 57억유로(약 8조1643억원)로 그리스 전체 시총의 20%를 차지하는 그리스 최대 상장 기업이다.
CCH의 이번 결정은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에 따른 신용불이익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CCH는 스위스로 본사를 이전하면 좀 더 안정적인 경영환경과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CH의 디미트리스 로이스 최고경영자(CEO)는 그리스 탈출과 관련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본사 이전을 통해 풍부한 유동성 확보와 경쟁력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CCH의 한 관계자는 "최근 3년 동안 주주들로부터 그리스 증시 상장을 폐지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며 "이번에 본사 이전으로 비용 증가나 고용 축소 같은 불이익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스를 떠나는 기업은 CCH뿐이 아니다. 그리스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 가운데 그리스를 아예 떠나거나 자회사 지분을 처분하는 곳이 늘고 있다. 세계 2위 유통업체인 프랑스의 카르푸는 그리스 합작법인 지분을 현지 유통업체인 마리노풀로스에 매각할 계획이다. 프랑스 3위 은행인 크레디아그리콜도 그리스 자회사 엠포리키 은행을 현지 은행인 피레우스뱅크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일부에서는 CCH의 본사 이전 소식으로 그리스의 경제위기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CCH의 본사 이전 발표는 그리스 실업률이 지난 7월 25.1%로 35개월째 상승했다는 그리스 정부 발표와 같은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파장은 작지 않을 듯하다.
투자은행 엑소틱스의 게오르게 조이스 자본시장 본부장은 "CCH의 이전이 그리스에 매우 좋지 않은 소식"이라며 "이는 그리스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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