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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X'로 돌아온 방은진 감독 "배우들 연기좋단 말, 가장 기분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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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용의자X의 헌신' 영화화..미스터리멜로 표방

'용의자X'로 돌아온 방은진 감독 "배우들 연기좋단 말, 가장 기분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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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연기를 할 때는 영화가 '감독'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어떤 장면의 연기가 마음에 들어도 감독에게 '이걸 써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배우로서의 한계가 있었다. 근데 막상 감독이 돼 보니 감독은 스태프를 잘 꾸려서 그들 각자의 차선(최고의 것만 뽑으면 충돌하니까)을 조율해서 잘 담아내는 역할까지더라. 이렇게 만든 게 극장에 걸려 상영되는 걸 보면서 결국 영화는 '감독'의 것이 아니라 '관객'의 것임을 알게 됐다."

'영화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에 배우 방은진이 메가폰을 잡은 게 벌써 7년 전이다. 2005년 첫 장편상업영화 '오로라공주'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르기까지 준비기간만 5년이 걸렸다. 충무로의 강단있는 배우로 한창 이름을 높이던 1998년에는 단편영화의 조감독 등 촬영현장의 스태프로 직접 참여해 감독수업을 받기도 했다. 다행히 데뷔작 '오로라공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 제29회 황금촬영상 신인감독상 등을 휩쓸었지만 두번째 장편영화를 내놓기까지는 또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


"첫 작품이 500만, 800만 이상 흥행기록을 세운 감독이 아닌 이상 데뷔작보다 두번째 작품을 내놓는 게 더 큰 관문이다. 감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너무 많으니까. '오로라공주'도 당시로서는 나름 100만 이상의 기록을 냈지만 차기작을 결정하기까지 몇몇 작품이 엎어지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런 장벽에 부딪힐때마다 '영화는 내게 뭘까'라는 질문도 많이 던졌다. '연기로 돌아갈까' 라는 생각도 안해본 건 아니다. 그러나 나에게 연출이 훨씬 힘들고, 그만큼 성취감도 훨씬 크다. 감독으로 출사표를 던진 이상 더 많은 관객과 함께 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용의자X'로 돌아온 방은진 감독 "배우들 연기좋단 말, 가장 기분 좋죠"



이제는 '감독'이란 호칭이 더 익숙한 그녀가 내놓은 두번째 작품은 미스터리 멜로를 표방한 '용의자X'다. 일본의 대표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X의 헌신'을 원작으로 이미 2009년 니시타니 히로시 감독이 동명의 영화를 내놓았다. 그러나 방은진 표 '용의자X'는 결말이나 인물 설정 부분에서 원작과 다르다. 이미 원작에 충실한 영화가 있는 마당에 그걸 또 반복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영화는 한 여자를 향해 '완전한 사랑'을 보여주는 천재 수학자의 내면을 파고든다. 얼떨결에 자신을 괴롭히는 전남편을 살해한 '화선' 역은 이요원이, 그녀를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하는 천재 수학자는 류승범이 맡았다.


촬영 현장에서는 감독이 '배우' 출신이라는 점이 장점이 되기도 했다. 원하는 연기의 디테일을 정확하게 콕 짚어 지시하는 화법은 배우들의 가려운 부분을 속시원히 긁어줬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배우들을 징글징글하게 쥐어짜낸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감독으로서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는 말이 가장 기분 좋다. 류승범은 재기발랄하고 악동같은 모습이 많이 비춰졌지만 그 이면에 예민하고 여리면서도 뭔가 울분같은 것도 감추고 있다. 이요원은 10년 동안 연기를 했지만 틀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스스로도 그 틀을 깨고 싶어했다. 나는 배우들이 그 이상의 것들을 할 수 있다 믿었고, 그것을 제대로 돕고 싶었다. 또 그게 연출자의 재미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에서 배우들의 연기변신은 인상적이다. 원작자 히가시노 게이고는 "격조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남겼고, 방 감독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영화화한다고 하더라도 원작자가 흔쾌히 허락하지 않을까"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아쉬움도 털어놓는다. "그 순간에는 최선을 다해 찍었는데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을 때가 되면 변명하고 싶고, 숨고 싶고,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관객들에게 영화의 진심이 전달됐으면 좋겠다."


방은진 감독은 배우였던 시절, 임권택('태백산맥'), 박철수('301 302', '산부인과', '학생부군신위' 등), 김기덕('수취인불명') 등 다양한 감독들과 호흡을 맞췄다. "당시 나는 배우로서 이들의 스타일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게 좋을 때도, 답답할 때도 있었다. '왜 나한테 시간을 안주지?', '왜 오케이를 늦게 하지?' 등 그런 것들 말이다. 다만 '관객들은 네가 느낀 것 이상으로 느끼고, 네가 보는 것 이상으로 본다. 관객은 네 머리 위에 있다'는 이창동 감독의 조언은 아직까지 새겨놓고 있다."


'영화가 도대체 나에게 뭐길래?'라는 질문의 답을 이제는 찾았을까. "문득 내가 왜 여기에 있나 싶은 순간이 있다. 따지고보면 내 선택이 나를 여기로 몰고 온 거다. 되돌아갈 수도 없다. 누군가는 '다시 연기하면 되지 않냐'라고 말하는데, 연기는 아무나 하나. 연기도 녹슨 기간이 있다. 더디더라도 한발자국씩 앞으로 가는 게 내겐 중요하다. 쉬운 길은 지루하다. 나를 무가치한 인간으로 만들지 말자는 게 나의 대명제다. 영화는,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조민서 기자 summer@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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