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필리핀에서 40대 한국인 재력가를 살해해 암매장한 일당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형택 부장검사)는 10일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정모(32)씨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뒤늦게 구속한 공범 송모씨도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지난 8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사업가 J(41)씨를 차량으로 납치해 앙헬레스로 이동한 뒤 살해해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필리핀 앙헬레스 소재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거액을 잃은 뒤 평소 알고 지낸 J씨가 재산이 많은 점을 노려 금품을 빼앗고 살해하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J씨는 필리핀 카지노 사업, 국내 증권가 선물옵션 투자 등을 해온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졌다.
이들은 미리 범죄에 사용할 흉기와 대포폰, 시신을 버릴 호텔방을 준비한 뒤 전화로 J씨를 불러내 차량으로 납치했다. 일당은 J씨로부터 집·금고열쇠와 신용카드 등을 빼앗고 J씨 집 등에서 225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이동 과정에서 받게 된 사설경비원들의 검문은 송씨를 불러 돈을 주고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당초 준비한 호텔방 대신 앙헬레스에 있는 송씨의 집으로 J씨를 데려가 살해했다. 일당은 범행을 숨길 목적으로 송씨 집 인근 주택을 1년간 임대해 뒷마당에 구멍을 파 시신을 던져넣고 시멘트로 메운 뒤 그 위에 잔디를 깐 것으로 조사됐다.
한발 앞서 검거된 김모(32)씨 등 3명과 달리 홍콩, 마카오 등지로 달아난 정씨는 인터폴 수배로 검거망이 좁혀오자 심경에 변화를 일으키고 인도네시아에서 자수해 한국 경찰에 넘겨졌다. 송씨 역시 수사당국의 설득 끝에 지난달 26일 자진귀국해 인천공항에서 체포됐다.
이들은 수사 과정에서 계획적인 살인이 아닌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일당은 평소 필리핀 카지노를 전전하며 한국인 도박손님을 유치하고 수수료를 챙기거나 도박으로 연명했다. 이들은 소년원, 동네친구 및 고교 선후배 사이로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당 중 3명은 2010~2011년 각 다른 죄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 기간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