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이영표-이정수-곽태휘-차두리. 2011 아시안컵 당시까지 대표팀 포백은 붙박이였다. 그만큼 가장 탄탄했고, 고민도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이영표의 대표팀 은퇴 이후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흔들렸다. 17일(이하 한국시간) 이란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 원정경기를 앞둔 현재 최강희 감독의 가장 큰 고민도 다르지 않다.
수비진은 경쟁 못지않게 조합이 강조되는 포지션. 이에 최 감독은 "수비진은 조직력 면에서 최대한 바뀌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전제한 뒤 "특히 측면 수비수가 계속 바뀌고 있는데,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란전은 최적 수비 조합을 찾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훈련을 해봐야 알 것 같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현재 대표팀 내 포백 경쟁 구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년간 공고했던 이정수(알 사드)-곽태휘(울산) 중앙수비 체제부터 무너졌다. 이정수는 컨디션 문제 등으로 이번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일단 곽태휘는 제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이란 원정의 중요도를 고려할 때 수비라인의 리더가 필요하기 때문. 이정수의 대안을 두고 정인환(인천)과 김영권(광저우)이 경쟁하는 형국이다.
정인환은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기량이 급성장한 센터백이다. 안정된 수비와 압도적 제공권이 돋보인다. 지난 8월 A매치 데뷔전이었던 잠비아와의 평가전에서도 이미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 주말 K리그 경기도 경고 누적으로 결장해 체력적으로 가장 여유가 있다. 평소 '롤 모델'로 꼽아왔던 곽태휘와의 호흡도 좋은 편이다.
김영권도 못지않다. 대인방어와 커버 플레이에 능하고 패싱력까지 갖췄다. 어린 나이지만 A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등에서 두루 활약했을 만큼 경험도 풍부하다. 다만 소속팀 경기를 마치고 11일에나 대표팀에 합류하는 점이 문제. 시차적응 및 컨디션 조절이 관건이다. 황석호(히로시마)의 부상으로 추가 발탁된 김기희(알 사일리아)는 백업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어떤 의미에선 곽태휘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 열흘 사이에 사우디 아라비아-한국-이란을 넘나들었다. K리그와 AFC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치른 탓이다. 경기로 인한 피로에 역(逆)시차까지 겪었으니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다. 전혀 새로운 조합으로 이란전에 임할 가능성도 여기에 있다.
양쪽 풀백 경쟁도 치열하긴 마찬가지다. 정도는 왼쪽이 더 심하다. 박주호(바젤)는 앞선 최종예선 세 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며 '포스트 이영표'로 낙점받는 듯했다. 상황이 바뀌었다. 우즈벡 원정에서 불안했던 탓이었다. 최근 소속팀에서도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번 대표팀 역시 박원재(전북) 부상에 따른 추가발탁이었다.
반면 경쟁자인 윤석영(전남)은 런던올림픽을 통해 훌쩍 성장했다. 소속팀 경기도 꾸준히 출전해 경기감각이 좋다. A매치 출전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지옥'이라 표현되는 이란 원정에, 그것도 월드컵 예선에서의 데뷔전은 자칫 큰 부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른쪽에선 오범석(수원)과 신광훈(포항)이 경쟁한다. 다만 신광훈이 가벼운 부상에서 회복 중이어서 컨디션이 미지수다. A매치 41경기의 경험과 좋은 몸 상태를 갖춘 오범석이 주전으로 나설 공산이 더 커보이는 이유다. 그동안의 비난 여론을 극복하고 대표팀 내 입지를 세울 수 있는 기회다.
물론 어디까지나 현재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얘기다. 현지 적응 정도나 컨디션 여부에 따라 경쟁 구도는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그만큼 무한 경쟁이다. 남은 일주일간의 훈련을 통해 최 감독은 모범답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이란전을 앞둔 대표팀의 최대 과제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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