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월드컵 본선을 향한 분수령이다. 수장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이번 최종예선에 가장 중요한 경기"다. 극복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건만 주어진 시간은 단 일주일.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운명이 걸려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 A 대표팀은 17일(이하 한국 시간) 이란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을 위해 8일 출국했다.
일정에서부터 절실함을 읽을 수 있다. 통상 대표팀 소집 시간은 정오다. 첫날엔 간단한 미팅에 이은 가벼운 훈련만을 치른다. 소속팀 경기를 치른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 때문이다. 해외 원정을 앞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소집 후 하루 이틀 뒤 출국하는 게 보통이다.
이번엔 서둘렀다. 저녁 비행기 시간에 맞춰 소집을 아예 오후 7시로 늦췄다. 짧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곧바로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결전지인 이란으로 떠났다.
이란 원정은 '지옥'으로 표현된다. 삼중고가 기본이다. 이제껏 단 한 번도 테헤란에서 승리한 적이 없는 이유다. 한시라도 빨리 현지에 도착해 불안요소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의도다.
시차적응부터 문제다. 기본적으로도 5시간 30분 시차가 난다. 유럽파의 경우 2시간 내외 시차만 극복하면 돼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근호·곽태휘·김신욱·김영광 등 울산 선수들은 K리그 일정 관계로 뒤늦게 출국한다. 김영권(광저우)도 11일에나 합류한다.
이란전이 열리는 테헤란은 1200m의 고지대다. 산소가 부족해 체력적으로 어렵고, 그만큼 공기 저항이 떨어져 크로스 등 공중볼의 속도도 빠르다. '두 개의 심장'이라 불리는 박지성(QPR)조차도 힘들어했던 환경이다.
잔디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테헤란 원정만 네 번을 다녀왔던 김정우(전북)는 "고지대나 시차적응보다 더 어려운 게 중동의 잔디"라고 말할 정도다. 대표팀은 앞선 우즈벡 원정에서도 미끄러운 잔디에 곤욕을 치렀다. 이란 원정이 처음인 선수도 많다. 한국과 중앙아시아와는 또 다른 조건이다.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훈련 뿐이다.
여기에 전술적 난제가 더해진다. 가장 고민인 부분은 수비. 황석호(히로시마)·박원재(전북)가 잇단 부상에 쓰러져 결국 김기희(알 사일리아)·박주호(바젤)로 교체됐다. 신광훈(포항)도 몸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8명의 수비수 중 A매치 15경기 이상을 소화한 선수는 곽태휘와 오범석(수원) 뿐이다. 그만큼 손발을 맞춰본 시간도 적다.
최 감독은 "수비진은 조직력 면에서 최대한 바뀌지 않는 것이 좋은 법"이라며 "특히 측면 수비수가 계속 바뀌고 있는데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최적 수비 조합을 두고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미드필드진 구성도 쉽지 않다. 이청용(볼턴)과 김보경(카디프)이 소속팀에서 제한적 출전에 그치고 있다. 떨어진 경기 감각은 불안요소다. 이근호와 손흥민(함부르크) 등 중앙과 측면을 모두 소화하는 선수들을 어떻게 배치할지가 관건이다. 김정우-하대성(서울)-박종우(부산) 중 누굴 기성용(스완지)의 짝으로 놓을지도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란전 접근 방식도 크게 두 가지다. 최 감독은 "원정이지만 강하게 나갈 것인지, 지지 않는 방향으로 갈지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란에게 승점 3점만 주지 않는다면 절반의 승리는 된다. 훈련을 통해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의 고민이 읽혀진다.
대표팀에 주어진 시간인 이제 일주일 남짓.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야 월드컵 본선행을 향한 청신호가 켜진다. 최강희호에겐 그야말로 운명의 시간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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