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누적된 불만? 권력다툼?…불안감에서 시작된 與 갈등, 어디까지

시계아이콘02분 08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철학에서 인과율이란 개념은 어떤 상태(원인)에서 다른 상태(결과)가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법칙성을 일컫는다. 인간은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더욱 인과의 법칙에 집착해 원인을 파악하고자 하는 의지가 표출된다. 반대로 정치에서는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원인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볼 수 있다. 흔히 말하듯 대의명분을 찾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내분 사태가 9일 정점에 달했다. "자리싸움은 정치권의 특징"이라며 쇄신 요구를 일축하던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전날 급기야 선대위 의장단과 심야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어 이날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 등을 만나 직접 수습에 나설 방침이다.

누적된 불만? 권력다툼?…불안감에서 시작된 與 갈등, 어디까지
AD


갈등의 시작은 추석연휴 직후 제기된 '친박계 2선 퇴진론'이었다. 남경필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은 지난 2일 '추석민생 및 선거준비상황 점검회의'에서 "후보 빼고는 다 바꾼다는 심정으로 가야 한다"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런 목소리는 4일 열린 경제민주화 의총에서 '전면 쇄신론'으로 확대됐다. 친박계 뿐 아니라 당 지도부까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소리다.

동시에 경제민주화 노선을 둘러싼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도 '9라운드'까지 격돌한 뒤 박 후보의 판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의총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방향이 결정되길 바랬던 김 위원장은 이 원내대표가 모두발언 이후 자리를 뜬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나와 이한구 중 선택하라'는 최후통첩과 함께 당무를 거부하며 이 원내대표의 경질을 요구했다.


예상치 못한 갈등마저 표출됐다. 박 후보가 '대통합'과 '동서화합'을 기치로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영입하자, 검사 시절 그를 구속시켰던 안대희 위원장이 반발했다. 안 위원장은 8일 한 전 대표를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새로 영입한 분들이 어떤 중요한 직책을 맡아 임명한다면 사퇴할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이 같은 내분의 근본적인 원인은 불안감이었다. 시종일관 선두를 유지하던 박 후보가 역사관 논란으로 양자대결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크게 뒤처진 데 따른 측면이 크다. 박 후보가 결국 '대선후보'로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했지만 추석민심은 큰 변화가 없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도 뒤지는 결과가 나오자 불안은 극도에 달했다.


당내 불화를 수습하기 위해 박 후보의 최경환 비서실장이 7일 "당의 화합과 대선승리를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며 전격 사퇴했다. 그는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제가 물러나는 것으로 당내 불화와 갈등을 끝내주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그의 사퇴는 박 후보에게 오히려 독이 됐다. 최 비서실장의 사퇴로 당 쇄신 논란이 봉합되는지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동안 발언을 아껴왔던 인사들도 이 사태에 한마디씩 거들면서 갈등이 정점에 달하게 됐다. 숨죽이던 비박계 재선 의원들, 소외됐던 전직 비대위원들까지 나서 책임론을 제기해 새누리당 내분 사태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정치적 불안감은 원인을 파악하고 현재를 변화시키려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했다. 박근혜 대선캠프의 중심부에서 멀어진 유승민 의원 등의 친박계 구주류, 자신이 가져온 '상징'을 지키고자 했던 김종인·안대희 위원장, 소외됐던 김용태 의원 등의 비박 진영까지 나서 위기론을 진단하고 전면쇄신론을 주장했다. 이 때문에 박 후보는 당 쇄신 요구를 '권력투쟁'으로 규정하며 화합을 강조했지만 이들의 전방위 압력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습에 들어갔다.


그동안 새누리당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지지율 하락이 폭발의 원인이지만 박 후보의 눈치보기에 급급하며 의견을 내세우지 못했던 의원들이 이번 갈등을 계기로 본격적인 의사 표현에 나섰다는 것이다. 박 후보가 지난 비대위원장 시절 "촉새가 나불거려서…"라며 주변 입단속에 나서면서 의원들이 평소의 작은 불만들을 표출하지 못하도록 자초했다. 박 후보의 발언은 총선 공천부터 경선까지 주변부의 입을 막는 접착제 역할을 했다.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영역에서까지 '원칙'을 강조하면서 당내 화합에 미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선 규칙을 둘러싼 '룰의 전쟁'에서 박 후보의 '원칙'을 지키는 행보가 마이웨이로 비쳐졌고, 정몽준·이재오 의원의 경선불참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박 후보는 선대위 구성에서 두 의원은 물론 이들 주변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9일 하루는 새누리당 내분 사태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박 후보가 전날 선대위 공동의장단을 만나 김무성 전 의원에게 선대위원장을 맡기고, 현 지도부는 2선으로 후퇴키로 의견을 모았다. 또 김종인·안대희 위원장을 만나 직접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지도부 2선 후퇴에 대해)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 모르는 소설"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쉽게 내홍이 가라앉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민우 기자 mwl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